적묵당 편지

기후변화는 현실이자 일상입니다

지난 소식지에서 조금은 불안한 심정으로 다가올 9월을 그려보았습니다만, 이 정도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오랑캐 땅에는 화초가 피질 않으니, 봄이 와도 봄이 아니로구나.”

지금까지 춘래부사춘(春來不似春)은 암울한 정치적 상황에 대한 은유로 쓰였습니다만, 이제는 실제 사실이 되고 말았습니다. 9월이 와도 9월 같지 않고, 추석이 되어도 연일 폭염경보가 그치질 않습니다. 최근 20년이 역대 가장 더웠던 20년이고 이 기록은 아마도 매년 갱신될 것입니다. 지금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태어나서 지금까지 정상적인 기후를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불행한 인류입니다.

지금 우리는 45억 년 지구 역사상 6번째 지구대멸종의 시기를 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지구에 있었던 다섯 차례의 대멸종은 모두 급격한 기후변화 때문이었습니다. 화산폭발, 운석충돌, 초대륙의 탄생 등 기후변화의 원인은 여러 가지였지만 모두 자연적인 현상이었습니다.

6차 대멸종은 인간이 초래하였다는 점에서 이전의 대멸종과 확연하게 차이가 납니다. 하지만 인간이 원인 제공을 했기 때문에 해결 역시 인간이 할 수 있습니다. 이미 인간은 현재의 기후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기술의 95%를 확보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제부터는 의지의 문제입니다.

’10월은 과연 어떨까?’ 상상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자연재해급 기후변화는 현실이자 일상입니다. 가을의 낭만보다 중요한 것은 인류의 지속적인 생존입니다. 지금의 아이들이 지금보다 더 가혹한 지구에서 살기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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