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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축 등, 손길 많이 가지만, 만들다보면 마음이 차분해져요

봉축 등 자원봉사자 정법심 보살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도 물러갔다. 앙상한 나뭇가지에 물오르니 완연한 봄이다. 아기 부처님 오신날도 사월초파일 꽃피는 봄날이다. 이렇게 좋은 계절, 증심사는 초파일 맞이로 부산하다. 부처님 오신날 빛고을 거리를 환하게 밝힐 봉축 등을 만들기 때문이다. 지난 1월 새롭게 문을 연 신도회 쉼터를 찾으니, 쉼터가 제등행진 때 사용할 봉축 등 만드는 공방이 되었다.

“올해 제작하는 증심사 봉축 등은 연잎을 형상화 했습니다.
한지 위에 채색을 하고 불을 밝히면 은은한 빛이 부처님 마음마냥 온화하게 빛날 것입니다.”

쉼터에 들어서자 봉축 등 만들기 자원봉사에 여념이 없는 곽영래(정법심) 보살이 반갑게 맞는다. 곽 보살이 하는 일은 두꺼운 철사로 만든 뼈대에 한지를 붙이는 배접작업이다.

“등의 크기는 작아도 손이 많이 가네요. 그래도 단순한 철사였던 것이 예쁜 등으로 모양을 갖춰가는 것을 보면 보람을 느낍니다. 빨리 만들기보다 정성을 들이다보니 마음이 차분해 집니다.”

올해 새로 만드는 증심사 제등행진용 봉축 등은 모두 200여 개. 한번 만들면 몇 년간 사용해야하기에 단단하고 튼튼하게 제작하고 있다. 곽 보살이 하는 배접은 철사 골조에 두꺼운 한지를 올려 손톱으로 본을 뜨고 가위로 잘라 풀로 붙이는 작업이다. 잔손질이 많이 가는 작업이어서 오후 내내 쉬지 않고 해도 배접을 마친 등은 3~4개에 불과하다.

곽 보살은 지난해 증심사와 인연을 맺었다. 광주 토박이로 무등산은 자주 찾았지만 증심사는 몇 번 지나쳤을 뿐이다. 그러다가 불자가 되어 찾아온 증심사는 느낌이 달랐다.

“법당에 들어섰는데 어렸을 적 살았던 집처럼 편안했습니다. 다시 또 찾아와 기도를 하는데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제는 틈만나면 오게 되고, 기도하다보니 마음이 부자가 되어갑니다.”

몇 해 전 아들 대학입시 때 였다. 하루는 동생이 “남들은 무릎이 깨지도록 기도하는데 언니는 집에서 빈둥거린다”며 핀잔을 주었다. 동생의 권유로 가까운 절을 찾아 입시기도를 했다. 100일간 기도를 하다 보니 새로운 세상을 만난 듯했다.

“처음 기도는 가족의 안녕을 위해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이웃의 평안을 기원합니다. 기도를 하면서 모두가 더불어 편안한 것이 ‘참 행복’임을 알게 됩니다.”

곽 보살이 증심사에 오기 위해서는 풍암동에서 버스를 두 번 갈아타야 한다. 오전에 법당에서 기도하고 점심공양 때는 후원에서 봉사를 한다. 배식부터 설거지 봉사까지 마치고 오후에는 봉축 등 작업을 하고 있다.

“정법심 보살님은 기도와 봉사도 으뜸이지만 항상 웃는 것이 매력이에요. 보살님 옆에만 있어도 그냥 편안해져요.”


곽 보살과 함께 봉축 등 배접작업을 하던 자원봉사자가 “큰 언니 같이 편안한 보살님이다”며 한마디 거든다. “그렇지 않다”며 곽 보살이 손사래를 치며 크게 웃는다. ‘웃어야 웃을 일이 생긴다’했다. 곽 보살의 편안함은 항상 웃는 얼굴에서 나오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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