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불자들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우스갯 물음이 있다.
“절 중에 제일 좋은 절은?”
‘친절’이다.
종무소는 사찰의 얼굴이다. 업무차 들어선 종무소에서 종무원들의 웃는 얼굴을 보면 괜스레 온종일 기분이 좋다. 지난 6월 3일, 초하루 법회가 있던 날도 그랬다. 종무소에 들어서니 안쪽에서 환하게 웃으며 반기는 이가 있다. 증심사 재무단 지혜성(김숙) 단장이다. 재무단은 자원봉사자들의 모임이다. 기도접수, 불전관리, 신행 상담 등 주로 종무소 업무를 지원한다. 증심사 재무단은 10여 명의 봉사자가 요일을 정해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봉사가 곧 기도이고 수행입니다. 봉사한다는 생각마저 버려야 하기에 항상 자신을 되돌아보곤 합니다.”
수요일이 봉사 일인 지혜성 단장은 “종무소에 있다 보면 봉사한다는 상(相)이 생기기 쉽다”라고 말한다. 그럴 때마다 ‘이 뭐꼬’ 화두를 챙긴다. 10여 년 전, 어느 스님에게 받은 화두이다. 살다 보면 누구나 힘든 일이 있기 마련이다. 그럴 때면 ‘힘들어하는 놈’을 찾는다. 그러다 보면 저절로 문제의 해답을 찾게 된다. 너무 좋은 일이 있어도 ‘이 뭐꼬’를 찾다 보면 들뜨지 않고 끄달리지 않게 된다.
지혜성 단장은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불자가 아니었다. 교통사고로 아이를 먼저 보낸 친척이 있었다. 증심사에서 아이의 극락왕생을 발원하며 100일간 기도하는 친척을 위해 운전을 자원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타 종교를 신앙하던 때여서 대웅전에서 기도하는데 함께하지 못했습니다. 여기저기 경내를 배회하다가 비로전에 앉아있는데 마음이 평온해지는 것입니다. 처음 느끼는 편안함이었습니다.”
100일간 증심사를 찾다 보니 자연스럽게 신도가 됐다. 처음에는 법당에 들어서기가 어색해 주로 후원에서 봉사했다. 이렇게 시작한 봉사가 자향회 차 봉사와 재무단 봉사로 이어졌다.
증심사는 지난 2006년 재무단을 만들면서 108 사찰 참배를 시작했다. 108 사찰 참배는 매달 버스 4대가 이동하는 대규모 순례단이다. 지혜성 단장은 순례단의 진행을 맡았다.
무려 3년간 이어진 108 사찰 참배를 무사히 회향했다. 몇 년 후 다시 꾸려진 33 성지순례단도 지혜성 단장이 앞장섰다. 지혜성 단장을 비롯한 재무단의 열정적인 봉사로 108 사찰 순례와 33 성지순례를 마치고 나니 1억여 원의 기금이 모였다. 이 기금으로 장학회를 결성키로 했다. 오늘의 증심사 대원장학회가 탄생하게 된 비화이다.
“제 법명이 지혜성입니다. 알음 알이 지식과 정보보다 깨달음을 향한 부처님 지혜로 살라고 하는데 쉽지가 않네요. 이름에 걸맞게 지혜로운 불자가 되도록 힘쓸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