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심사)유마거사회 소개는 회장님에게 들으시고 차나 한잔하시죠. 총무는 그냥 심부름하는 일꾼입니다.”
수경거사는 자신을 유마회 총무이기보다 ‘일꾼’ 이라고 소개한다. 다시 말해 봉사가 수경거사의 기도이자 수행이다. 절에 오면 법당에 들러 부처님 전에 인사드리고 팔부터 걷어붙인다. “절은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어서 해야 할 일거리가 많아요. 특히 부처님 오신 날이나 백중 등 행사가 있을 때는 거사들의 봉사가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아무래도 보살님들에게 힘쓰는 일은 어렵잖아요.”
수경거사는 “남을 위해 봉사한다고 하지만 하고나면 제 마음이 더 좋다”며 “보람이 있기에 자꾸 하게 된다”고 덧붙인다. 봉사는 마치 숲속의 옹달샘과 같다. 자주 퍼내야 맑은 물이 차기 마련이다. 퍼내지 않으면 낙엽이 쌓이고 막혀 옹달샘의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된다. 수경거사의 봉사는 절에서 끝나지 않는다. 동네 지킴이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동네의 야간순찰을 돕는 ‘자율방범대’와 화재 때 교통정리와 소방을 지원하는 ‘의용소방대’ 봉사활동도 참여하고 있다. 천재지변이 생기면 긴급봉사대를 결성해 현장으로 달려간다. 지난 폭우 때도 긴급봉사대와 함께 담양 와우리를 다녀왔다. 침수된 하우스안의 농작물과 물건을 꺼내는 봉사를 하고 온 것이다. 이토록 봉사활동에 열성으로 나서는 사연이 궁금했다.
“허~허… 지난 일인데요…. 젊어서 한때 힘 좀 쓰던 때가 있었습니다. 이웃에 진 마음의 빚을 갚아야죠.”
수경거사는 자유로운 영혼의 시절을 보내고 직장인이 됐다. 건강을 위해 휴일이면 산에 올랐다. 10여 년 전, 무등산에 올랐다가 하산 길에 증심사 법당을 찾았다. 왠지 종교를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곧바로 종무소를 찾았고 유마회를 소개받았다. 그렇게 증심사 신도가 됐다.
불자가 되고나니 삶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하루는 절에서 봉사하다가 휴식시간에 무심코 담배를 꺼냈다.
청정도량에서 담배연기는 아닌 것 같았다. 아예 담배를 끊기로 했다. 부처님과의 약속이기에 힘들다는 금연에 성공했다. 부처님 가르침을 더 알고 싶어 광주불교문화원에서 불교대학과 대학원을 마쳤다. “스님들 법문을 듣다보면 대부분 마음을 놓아라, 하심하라 하세요. 착하게 살라는 것이죠.” 몇 해 전부터 수경거사가 매일 실천하는 기도가 있다. 잠들기 전에 ‘보현행원품’을 독송한다. 보현보살의 열 가지 큰 행원 가운데 다섯 번째 ‘남이 짓는 공덕을 기뻐하라’는 부분을 독송할 때면 환희심이 우러난다.
“불교는 ‘복을 받으려 빌지 말고, 복을 지으라’고 합니다. 일부러 복을 짓기 위해 하는 것은 아니지만 땀 흘려 몸으로 봉사하다보면 재미가 있어요. 제 꿈이 있다면 ‘봉사 왕’ 한번 해보는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