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 무렵 사찰에서는 신도들에게 한 해의 일정이 담긴 달력을 배포한다. 이 달력에 나와있는 사찰의 일정을 보고 신도들은 행사가 있는 날 절에 나온다. 신도들이 절에 나오는 날은 어떤 날이며 무슨 의미를 담고 있을까?
불교의 연중 큰 행사 5대 재일
절집 행사에는 불교와 관련된 행사가 있고 또 불교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지만 민속과 관련이 있는 날이 있다. 불교가 토속신앙을 끌어 안은 흔적이며, 일상 속에 스며들어 있는 전통을 수용한 결과라 할 수 있다. 불교의 연중 큰 행사로는 부처님의 삶의 궤적과 관련이 있는 네 가지 날이 있다. 부처님의 탄생, 출가, 성도, 열반을 기리는 이른 바 4대 재일이다. 기념하는 의미는 같지만 그 날짜는 모든 나라가 다 같지 않다. 지금으로부터 2,500여 년 전의 일이고 정확한 기록이 없기 때문에 어떤 협의와 연구를 거친 것으로 보인다.
1. 탄신일 ● 음력 4월 8일, 부처님 오신 날이다. 부처님의 태어나신 날이라 하여 석탄절이라고 한다. <불본행집경>에 ‘수하탄생품’이나 ‘종원환생품’ 등의 제목으로 그 내용이 잘 나와 있으며 일전에 공부한 부처님의 생애 팔상성도 부분에서 부처님이 탄생하신 비람강생상에 해당하는 내용이다. 부처님 오신 날에는 부처님을 목욕시키는 관불의 식을 하는 것이 특징적이다.
2. 출가재일 ● 음력 2월 8일 부처님이 출가하신 날이다. <불본행집 경>에는 ‘사궁출가품’에 그 내용이 잘 나와있으며 팔상성도에서는 유 성출가상이라 하여 성을 넘어서 출가하는 모습으로 나타나 있다. 부 처님 오신 날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출가나 열반재일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사실 굉장히 중요한 날이다. 유교 문화권 에서는 관혼상제를 가장 중요한 날로 친다. 관이란 무엇인가, 성년이 되는 날을 말한다. 여기에 준하는 불교의 중요한 날 또한 잘 알아두기를 바란다.
3. 성도재일 ● 음력 12월 8일 부처님께서 새벽의 별을 보고 깨달음 을 이룬 날이다. 팔상성도의 수하항마상으로 표현되어 있다. 성도재 일에는 전국 절에서 전날 밤인 12월 7일부터 철야정진을 하여 12월 8 일 성도재일 법회로 회향하는 행사를 하며 그 의미를 기리고는 한다.
4 열반재일 ● 음력 2월 15일, 부처님께서 돌아가신 날을 열반재일 이라 한다. 팔상성도에는 쌍림열반상으로 표현되어 있다. 출가재일과 열반재일은 약 일주일 상간으로 붙어 있다. 요즘에는 이 기간을 경건 주간으로 선포하여 용맹정진하는 움직임이 있다. 신도들은 잘 모르겠 지만 스님들의 경우 출가재일이나 열반재일 때 속세의 삶을 벗어나 부 처님 제자의 길을 걸을 것을 다짐하는 사미계 의식을 치르기도 한다.
5 우란분절 ● 위의 4대 재일에 우란분절을 더해 한국불교의 5대 재 일로 여긴다. 음력 7월 15일 우란분절은 백중이라고도 불린다. 우란 분절은 <우란분경>에 그 유래가 나와 있다. 부처님의 제자 목건련이 공부를 하다가 돌아가신 어머니가 어디에 계신지 살펴보자 지옥에서 고통 받고 계셨다. 부처님께 어머니를 구제할 방법을 묻자 “업이라고 하는 것은 본인이 소화해야 하는 것이지만 그래도 타력으로 도울 방 법을 알아보고자 한다면, 하안거 해제일에 열심히 공부한 스님들에게 공양을 올리면 그러한 공덕으로 고통 받는 지옥 중생과 선망 부모들 이 고통을 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하셨다. 이처럼 우란분절은 부처 님 당시부터 불자들이 행했던 행사이다. 요즘처럼 제사 등의 문제로 가정의 불화가 불거지는 시대에 일반 가정에서도 1년에 한 번 큰 부담 없이 조상천도를 잘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삼았으면 한다.
불교의 월례행사 재일(齋日)
한편 불교에서는 매월 하는 행사들이 있다. 초하루, 초삼일, 약사재일, 칠성재일, 미타재일, 지장재일, 관음재일 등이다. 오늘은 월중 행사인 ‘재’라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알아보겠다. 흔히 재라고 하면 제사를 떠올린다. 그런데 유교에서 말하는 제(祭)와 불교의 재(齋)는 발음이 비슷해서 그렇지 실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불자라면 그 차이를 명확하게 알아두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유교적 의미의 제(祭)는 인간과 신 사이에서 소통하는 의식을 말한다. 제주가 망자와 산 사람 사이를 연결시켜주는 의식이다. 불교는 깨달음을 얻어 윤회의 사슬을 끊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종교다. 절대자를 상정하고 그와 상정하는 의식을 하는 것은 불교의 의식이 아닌 것이다.불교의 재(齋)는 베풀고 받든다는 뜻을 가지고 있으며, 재가자가 스님들과 같이 정진한다는 의미로 쓰인다.
재의 원래 의미는 출가의 길에 들어서지 않은 재가신자들이 한 달에 며칠간 스님들처럼 생활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 삼가다, 또는 부정을 피한다는 의미의 인도 말인 ‘우포사다(Uposadha)’를 한역했다. 재가불자들이 심신을 단련하기 위하여 매월 여섯 번 정도를 정해놓고 일정한 날에 사원에 가서 출가자의 생활을 경험하는 제도에서 파생되었기에 육재일이라고도 한다.
육재일은 이후 10재일로 바뀌었으며 각 재일에 특정한 불보살을 배대하여 의미를 붙였다. 이 같은 차이점을 안다면 무슨무슨 재일이라고 할 때 단순히 절에 가서 불공드리는 날이라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그날만큼은 출가자 못지않게 치열하게 수행에 임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