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묵당 편지

접시꽃

꽃이 매달린 채 시들어가고 있었습니다.
매달린 채 시들어가는 걸 마냥 지켜볼 수도 없어서,
시든 꽃들을 잘라 접시에 담았습니다.

누구를 향한, 무엇을 위한 기도인지 모를 기도를 했습니다.
접시에 소복하게 담긴 꽃들이 기도를 합니다.
시든 꽃들이 나의 마음을 빌려 기도합니다.

기도는 오로지 기도를 위한 기도일 뿐입니다.
기도는 찰나이며,
기도는 과정이며,
기도는 마음일 뿐,
기도는 그 무엇도 아닙니다.

기도하는 마음만으로 우리는 충분히 아름답습니다.
아름다운 사람이 행복한 사람입니다.

지난 여름은 참으로 길었습니다.
이 가을, 다만 기도할 뿐입니다.
이유 없는 기도로 충만한 가을이
여러분들 마음에 드리우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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