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불교학당

아는 만큼 보이는 불교미술의 세계 2

권력의 중앙화와 권력의 분산화
이번 시간에는 종교시설, 즉 법당이나 사찰 등의 건축물을 중심으로 불교미술의 흐름을 살펴보겠다. 건축가 유현준은 ‘종교공간’을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믿게 하기 위하여 눈에 보이는 공간을 활용한 것이라고 정의한다. 가장 오래된 인류의 유산인 스페인의 알타미라 동굴이나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신전인 터키의 쾨베클리 테페, 그리고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지구라트 등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사람들이 한 방향을 바라보게 하면 그 시선이 모이는 곳에서 권력이 창출된다는 주장이다.

정해진 시각에, 정해진 장소에서, 많은 사람들이 바라보는 중앙에서 힘이 나오는 서양의 종교시설과 달리 동양의 대표적인 종교시설인 불교는 시선이 분산되어 있다. 수시로, 아무 때나 사찰에 올 수 있음은 물론이고 법당에서도 상단, 중단, 하단, 신중단, 영가단 등 다양한 공간 구성을 확인할 수 있다.

사찰의 유래와 발전
사찰은 절, 사원, 정사, 승원, 가람 등 다양한 말로 불린다. 어원을 찾아 올라가다보면 범어 상가라마(Sangharama)를 한자로 음역한 승가람(僧伽藍)이라는 말을 발견하는데, 상가(samgha)는 무리, 모임이라는 뜻이고 아라마(arama)는 동산, 정원이라는 뜻이다. 비구 비구니 우바이 우바새 등 사부대중이 삼보를 호지하며 수행, 전법하는 곳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사찰의 원형은 정사로부터 시작했다. 가장 유명한 장소는 부처님 당시에 만들어진 인도 최초의 승원인 죽림정사와 부처님 제세시 가장 큰 규모의 사찰이었던 기원정사가 있다. 인도 최초의 승원은 부처님의 설법을 위한 장소로 지어졌으나 승단이 형성되면서 안거를 위한 공동 방사의 성격으로 변화했다. 부처님이 열반한 후에는 불사리를 봉안하는 스투파를 중심으로 가람이 형성됐다. 스투파는 후에 탑으로 변화하고, 탑 이외에 금당, 강당, 회랑, 종루, 경루, 승방 등이 필요에 따라 건립되면서 본격적인 가람 구조를 이루었다.

정사는 석굴사원의 형태로 발전되어 간다. 기원전 2세기 경부터 인공적으로 바위를 뚫어 목조사원과 같은 석굴을 조성하는데, 대표적인 예로 인도의 아잔타 석굴이 있다. 초기 석굴은 탑을 봉안하여 예배하는 목적으로 지어졌으며, 탑 주위에는 승방이 자리하고 있다.

후기로 접어들면서 종교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의식이 중시된다. 이에 따라 밀교의 금강령, 금강저와 같은 다양한 불구류가 등장하고, 이는 곧 불교공예의 발달로 이어진다. 불교미술은 조각, 건축, 회화, 공예 등 조형예술과 공간예술, 시각예술을 통틀어 말하는 개념인 것이다.

우리나라의 사찰
사찰이라는 공간적 개념의 불교미술은 372년 고구려 소수림왕 때 중국을 거쳐 한국으로 들어온다. 372년 중국의 승려 순도가, 374년 승려 아도가 고구려를 방문하자 왕은 이듬해 추문사와 이불란사를 각각 지어 중국의 승려들을 머물게 했다. 이것이 한반도 최초의 사찰이다.

백제는 침류왕 원년(384년) 동진의 마라난타로부터 불교를 전래받은 후 마라난타사를 지었고, 신라는 5세기 초 눌지왕 때 불교를 전래받은 이후 법흥왕 14년(527년) 이차돈의 순교로써 불교를 국교로 공인한다. 기록상 신라 최초의 가람은 진흥왕 5년에 완공된 흥륜사이다.

우리나라의 사찰 하면 한옥의 전각이 바로 떠오른다. 상부는 주로 주심포 양식의 맞배지붕, 다포 양식의 팔작지붕, 옛날 초가집 형태의 우진각지붕 등이고, 지붕을 지탱하는 몸체는 민흘림기둥이나 배흘림 기둥으로 이루어져 있다.

한옥 전각은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기둥들이 안쪽으로 약간 기울어져 있는 안쏠림 형태로 만들어진다. 중앙에서 바깥쪽으로 갈수록 기둥의 크기가 조금씩 커지는 귀솟음 형태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요소들이 한옥의 안정성과 편안함을 자아낸다.

불교회화
절을 장엄하기 위하여 중생을 교화하기 위한 갖가지 그림이나 불교적인 목적을 지닌 그림 일체를 불교회화라 한다. 부처님의 전생담을 묘사한 불전도, 불경에 나오는 교훈적인 장면을 묘사한 변상도, 밀교적 의식에 필요한 기하학적 문양이나 그림인 만다라, 법당 밖에서 불교 의식을 행할 때 걸어놓는 예배용 그림인 괘불, 전각의 내·외벽에 그린 그림인 벽화, 비단이나 베 등에 불보살의 모습이나 경전의 내용을 그려 벽에 건 탱화 등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접하고 있는 것들이 모두 불교회화이다.

전각을 장엄하거나 방습, 방충, 방풍의 목적으로 그린 그림인 단청도 빼놓을 수 없다. 단청은 일반사물과 구분하여 종교의식의 색채를 띠기 위한 것이다. 요사채나 궁, 능 등에는 2~4가지 색으로 가칠단청을 하고, 법당에는 비단에 수를 놓듯 복잡하고 화려하게 도채하는 금단청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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