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리해설

[26-04] 보왕삼매론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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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나누되 나에게 이롭기를 바라지 말라나의 이익을 바라며 정을 나누면 도의를 잃게 되고도의를 잃게 되면 반드시 그릇됨을 드러내게 되느니라정의 근본을 잘 살펴볼지니 정은 억지로 되는 것이 아니요정은 인연을 의지할 뿐이다그러므로 성인이 말씀하시되 힘든 교제로써 깨달음의 밑천으로 삼으라’ 하셨느니라.”

삶에서 가까운 이들과 정을 주고받는 행위는 아주 중요하다. 여섯 번째 경구에서 ‘친구를 사귀되 나에게 이롭기를 바라지 말라’는 것은 이타심을 말한다. 나를 위하는 것이 아니라 남을 위하는 마음이다. 그런데 보왕삼매론에서는 친구를 사귀는 데 있어 장애가 이타심이라 하니, 도대체 무슨 말일까? 

보왕삼매론의 ‘공식’을 다시금 떠올려보자. 보왕삼매론에서는 ‘장애의 공함을 통찰하면 장애가 아니라 자연적인 현상과 다를 바 없다’고 한다. 친구를 사귀는 데 이타심이 장애로 비춰지는 것은, 이타심이라는 장애의 공함을 통찰하면 이것이 자연적인 현상이기 때문이다. 

자연에서 나무가 자라나면 짐승들이 열매를 먹고, 그 짐승들이 다른 곳에 가서 배설을 하면 그 자리에 또 다른 나무가 자라난다. 나비들이 꽃가루를 취하고 다른 꽃에 가서 앉으면 수정이 되어 열매가 맺힌다. 동물이나 곤충이 죽으면 거름이 되어 토양에 자양분이 되고 나무를 무럭무럭 자라게 해준다. 나무는 동물에게 이타적으로 관계를 맺고, 동물 역시 나무에게 이롭게 작용한다. 이것이 자연의 교류 관계이며, 모든 자연 현상은 서로 다투지 않는다. 

이러한 자연현상을 친구 관계에 적용해보자. 친구란 원하는 바가 없는 관계이다. 사회학자들이 이야기하는 친구의 세 가지 조건은 1. 접근성 2. 지속성 3. 계획되지 않은 교류 등이다. 접근성이란 마음에 안 든다고 해서 떠나버리지 않고 같이 있는다는 말이고, 지속성이란 하루이틀, 한두 달 지낸 사이가 아니라 1년, 5년 10년 동안 지속적으로 같이 있는 성질을 말한다. 계획적이지 않은 교류란 가령 ‘이번 달에는 어떤 친구와 몇 번을 만나야지’ 정해놓고 그 횟수를 채우며 만나지 않는다는 말이다. 쉽게 말해 친구란 그냥 서로 가까이 오랫동안 있어온 이를 말한다. 

그런데 사회생활을 하면서 대인관계를 맺으면 나도 모르게 나에게 득이 되는 사람을 가까이 하고 해가 되는 사람은 멀리하고자 한다. 이타적이라는 장애를 피하여 나에게 이롭고자 하는 것 자체가 마음에 장애이다. 

정은 인연을 의지할 뿐이라고 한다. 인연을 의지한다는 말을 불교적으로 풀이하면 연기법에 따른다는 말이다. 이는 친구 관계의 공함, 정의 공함을 간파하라는 말과 같다. 친구 관계를 포함한 나의 삶이 연기법대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통찰해야만 장애가 장애가 아닌 자연적인 현상으로 다가온다. 

다른 사람이 순종하고 거스르지 않기를 바라지 말라사람들이 순종하여 거스르지 않으면 내심으로 자신을 뽐내며내심으로 자신을 뽐내게되면 반드시 내가 옳다고 고집하느니라깨달은 이의 처세는 사람들의 허망한 행위를 ()하며 그냥 무심하게 주고받을 뿐이다그러므로성인이 말씀하시되 거역하는 사람들로써 원림(園林) 삼으라’ 하셨느니라.”

일곱 번째 경구의 핵심은 남이 내 뜻대로 순종해주면 내 마음이 스스로 교만해진다는 것이다. 남이 내 뜻대로 순종해주는 것은 장애를 회피하는 것이다. 남이 순종해주기를 바라는 것이 장애를 피하는 것이라면 통찰해야 할 장애는 무엇일까? 내가 상대에게 순종하는 것이다. 내가 상대방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것이다. 

성인 말씀하시되 “내 뜻에 맞지 않는 사람들로서 원림을 삼으라” 했다. 원림(園林)이란 과거 양반들이 유흥을 즐기기 위해 연못과 정자를 만들어 놓은 정원입니다. 이 말은 내가 노니는 주변에 내가 존중하고 배려해야 하는 사람들을 연못과 정자처럼 두라는 뜻이다.

자연은 무심하다. 특별히 누군가에게만 비를 내리는 것이 아니고, 나무 열매가 내 한 몸 희생하여 토끼의 배를 불려주겠다 하여 먹이가 되어주는 것이 아니고, 그냥 자연적으로, 연기법에 의해서 그렇게 한다. 자연에서 무심을 관찰하고 자연에서 무심을 배워야 한다. 무심은 구별하지 않는 마음이다. 좋고 나쁜 것을 가리는 마음이 없는 상태다. ‘내가 이런 사람인데’, ‘내가 그래도 어른인데’, ‘내가 더 많이 배웠는데’, ‘내 말이 옳은데’ 하는 마음은 중생의 마음이다. 

균형을 잡을 때는 너무 치우쳐 있는 쪽의 반대로 치우쳐야 한다. 남이 순종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뿌리 깊으므로 더욱 남에게 순종하는 방식으로 균형을 맞춰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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