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리해설

[26-05] 보왕삼매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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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다루지 않았던 두 번째, 다섯 번째 경구를 ‘인연’을 키워드로 살펴보자. 세상을 살아가면서 하고자 하는 일이 잘 안 되고 예상치 못한 어려움과 곤란, 재앙이 닥쳐오는 경우에 명심해야 할 것으로 인연이라는 두 글자를 제안한다. 

곤란(困難)은 피곤하고 힘든 상태를 말한다. 왜 피곤하고 힘들까? 내 뜻대로 되지 않고 원하는 대로 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시간에 ‘내 뜻대로 되기를 바라는 마음, 남이 나에게 순종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자연적인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오히려 남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이타심이 자연적인 것이며 이것이 인연법을 따르는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내 뜻대로 모든 것을 하려는 것은 인연법을 부정하는 것이고, 인연법을 부정하는 것은 공한 이치에서 굴러가는 세계의 이치를 부정하는 것이다. 연기실상의 세계를 부정하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은 망가져버리고 만다. 그러한 이치를 우리는 지금도 목도하고 있다. 오직 인간의 욕심으로, 인류의 욕심대로만 살다 보니 지구가 병들고 있지 않은가.

1958년 중국에서는 중국을 부강하고 근대화된 사회주의 국가로 만들기 위한 대약진 운동이 펼쳐졌다. 근대화를 하려면 기계를 만들 철이 있어야 하기에 마오쩌둥은 중국 전역에 철공소를 만들고 온 나라를 동원했다. 농사 짓던 농민들까지 이 일에 동원되었으니 농사가 잘 될 리 있었겠는가? 어느 날 현장 시찰을 나간 마오쩌둥이 보니, 그나마 수확한 곡식들을 참새들이 쪼아 먹고 있었다. 마오쩌둥이 참새를 소탕하라고 지시하여 참새를 없애고 나니 다음번에는 벌레가 판을 쳤다. 벌레를 잡아먹는 참새가 없어졌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나마 수확한 곡식마저 벌레들에게 습격당한 결과 중국에는 대기근이 일어나고, 불과 이삼 년 사이에 수천 명의 국민이 기근으로 아사하게 되었다. 

이러한 비극은 한 사람이 세상을 자신의 생각대로 만들어보려고 했기 때문이다. 일이 쉽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을 때 이런 결과를 도출하게 된다. 더욱이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일수록 자신의 결정에 무거운 결과가 따른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왜 세상살이에 곤람함이 따르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일까?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그 일의 이유를 모르기 때문이요, 두 번째는 기대하는 바가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농부가 태풍이 오는 이유를 모른다면 농사를 망치는 재앙이고, 태풍이 왜 생기는지를 알고 대비하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농사의 결실이 좋을 것이라 기대했는데 태풍이 와서 농사를 망친다면 그것은 재앙이고, 농사가 잘 될 때도 있고 안 될 때도 있음을 자연의 이치로 받아들였다면 앞의 경우처럼 엄청난 청천벽력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인연법을 모르고 살면 나에게 찾아오는 예기치 않은 모든 일이 재앙일 것이요, 인연법을 알고 살면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발우공양을 할 때 외는 오관게에 인연법의 이치가 들어있다. 

이 음식이 어디에서 왔는가

내 덕행으로는 받기가 부끄럽네

마음의 온갖 욕심을 버리고

몸을 보호하는 약으로 알아

도업을 이루고자 이 공양을 받습니다

어마어마하게 많은 자연과 중생들의 노고가 음식 한 그릇에 담겨있다. 내가 아는 사람, 모르는 사람, 사람이 아닌 식물이나 비와 바람이 등의 자연이 그릇에 담겨있다. 우리가 얼마나 촘촘하고 깊은 인연의 사슬 속에서 살고 있는지를 일깨운다.

부처님께서는 탁발에 대해서 이렇게 말씀하신 바 있다. “사람들은 조금 주고 많이 주지 않으며, 나쁜 것을 주고 좋은 것을 주지 않으며, 머뭇거리면서 주고 서둘러서 주지 않으며, 공손하지 않게 주고 공손하게 주지 않는다. 그러한(반대의) 마음으로 탁발을 나간다면 그는 괴로움과 슬픔을 맛보게 될 것이다.”. 

욕심을 내고 남에게 무언가를 바라면 오히려 반대의 것들이 돌아온다. 욕심을 내지 말고 인연이 나에게 다가오는 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수행이다. 

인연(因緣)은 인과 연을 합친 말이다. ‘인’은 의도적이고 주체적으로 노력하는 것을 말하고 ‘연’은 주변의 상황을 말한다. ‘인’은 씨앗이고 ‘연’은 씨앗이 자라나는 토양이다. 인연법을 잘 표현하는 말 중 하나로 ‘진인사대천명’을 들 수 있다.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을 다 하고 나서 하늘의 뜻을 기다린다는 뜻이다. 나에게 왔다가 사라지는 인연 중 가장 큰 조건은 바로 스스로 노력하고 행동하는 것이다. 이렇게 가장 중요한 조건을 빼놓고 주변 상황이나 외적인 조건만 따져서는 안 된다.

마찬가지로 곤란은 인연의 이치에 따라 나에게 왔다가 가는 것이지, 그것을 재앙이고 역경이라고 생각하면 생각 그대로 재앙이 된다. 누구나 주체적으로 노력하고 준비하고 계획하면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를 수 있다. 아무런 준비가 없었을 때 재앙이 닥치는 것과 나름대로 계획하고 대비했음에도 불구하고 뜻한 바 대로 되지 않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후자의 경우에는 현재의 재앙이 재앙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대책을 위한 발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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