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특집2] 대형산불과 불교계 대응

[건조한 날씨와 강풍으로 작은 부주의가 대형산불로 번질 수 있습니다. 산림 주변 소각 금지, 입산을 자제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행정안전부]

  건조한 계절이면 수시로 행정안전부의 안전안내문자를 받으면서도 그 의미를 피부로 느끼지 못했다. 캐나다 전역에 1천 건 이상의 산불이 3개월 째 발생하고 있다는 뉴스를 볼 때도(2023년 5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한 달간 서울 면적의 2.5배를 태운 산불 소식을 들었을 때도(2025년 1월) 그저 조금 불운했을 뿐인 남의 이야기로 여겼다. 지난 3월 22일부터 일주일간 경북지역 5개 시군을 덮친 ‘경북 산불’을 목도하면서야 비로소 ‘앗 뜨거워’ 발등에 떨어진 불을 체감한다.  

  산사(山寺)의 구성원으로서, 또 기후위기를 유발한 인류라는 공업중생으로서 동체대비의 비애감에 젖는다. 이번 호 특집 코너에서는 경북산불과 관련한 불교계 피해를 정리하고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교계 활동상을 공유한다. 기후위기로 인해 점차 발생 빈도가 높아지는 대형산불에 심리적으로, 또 물리적으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도 살펴보자. 

개요

기간: 2025년 3월 22일 ~ 3월 28일
대피: 안동시, 청송군, 영덕군 주민 전체 / 의성군, 예천군, 영양군, 포항시, 울진군 주민 일부
피난 인원: 36,674명
인명피해: 사망 28명, 부상 32명
소실 면적: 최서 45,157ha

  2025년 3월 22일 경상북도 의성군의 세 곳 야산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산불이 발생한 후 내륙인 의성, 동해와 맞닿은 영덕까지 불이 번졌다. 전체 소실 면적은 최소 4만5천여 헥타르로 단일 산불 소실 면적 중 역대 최대 규모다. 일주일간 번지고 지속된 산불로 인해 소방관과 공무원, 주민 등 28명이 사망했고 3만7천여 명의 피난민이 발생했다. 경북 산불의 최초 발화지인 안평면 산불은 성묘객에 의한 실화인 것으로 알려졌다.

 불교계에서는 조계종 제16교구 본사이자 천년고찰인 고운사가 화마 피해를 입어 충격을 줬다. 3월 28일 기준 국가유산(문화재) 피해 현황은 27건이고, 이중 불교 관련 국가유산은 7건이다. 

  보물 의성 고운사 연수전과 가운루가 전소했다. 당초 알려진 것과 달리 고운사 전체가 완전 소실된 것은 아니나 전각 30개 동 중 21개 동이 소실됐다. 다행히 일주문과 천왕문, 고불전, 대웅보전, 삼성각, 명부전, 나한전, 고금당 등 일부 전각은 존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상북도 문화유산자료인 안동 용담사 무량전 부속건물 1채와 용담사 금정암 화엄강당이 전소했다. 의성 관덕동 석조보살좌상은 훼손으로 추정되며, 경상북도 기념물인 안동 구암정사도 일부 소실됐다. 경상북도 유형문화유산 의경 만장사 석조여래좌상은 일부 그을리는 피해를 입었다. 국가유산으로 지정된 것은 아니지만 신라시대 의상대사가 창건한 운람사도 전소되어 안타까움을 샀다. 

  한편 국가유산청은 3월 25일 국가유산 재난 국가위기 경보 수준을 최고 수준인 ‘심각’으로 격상함과 동시에 사찰 소장 성보 15건을 긴급 이송하는 소산 조치를 단행했다. 보물로써는 의성 고운사 석조여래좌상, 영주 부석사 고려목판과 오불회 괘불탱, 안동 봉정사 목조관음보살좌상과 영산회 괘불도, 아미타설법도, 영덕 장육사 건칠관음보살좌상과 영산회상도, 지장시왕도 등이 포함되었으며, 이들 보물은 인근의 안전한 소산처로 이운되는 소동을 겪었다.

 

조계종 총무원은 3월 26일 담화문을 내고 “국가유산청 등 정부기관과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이동이 가능한 성보들을 선제적으로 이운하여 피해를 조금이나마 줄이고 있다”며 “이번 화재를 계기로 우리 종단은 유관기관과 긴밀하게 협조하여 재난에 대한 문화유산 관리시스템을 더욱 세밀하게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조계종 종정예하 성파대종사와 총무원장 진우스님이 각각 고운사 화마 피해 현장을 찾아 주요 소임자를 격려했고, 동시에 공익 재단 아름다운동행을 통한 긴급구호 모금을 시작했다. 전국교구본사주지협의회, 종회의원, 천태종, 진각종, 대한불교진흥원, 조계종 중앙신도회, 생명나눔실천본부, 월드머시코리아, BTN불교TV 등 기관과 단체 등에서 십시일반 후원금을 전달했다. 불교계의 재난사회복지전문기관인 더프라미스는 화재가 진행되고 있었던 3월 24일 의성군 일대 피해 현장에 긴급구호팀을 파견해 아동청소년과 반려동물을 위한 긴급 지원 활동을 벌였다. 

  4월 11일에는 불교환경연대가 ‘대형산불의 원인과 대책, 그리고 기후위기’를 주제로 쟁점 토론회를 열었다. 기후위기 시대의 산불의 특징과 예방, 최근 대형화되는 우리나라 산불의 원인과 대책을 살펴보면서 불교계 산림정책 방향을 토의했다. 조계종 환경위원회 및 조계종 산하 기관으로 거듭난 사찰림연구소를 통한 종책 마련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조계종 환경위원회는 경북 산불사태 직전인 3월 18일 열린 9기 환경위원회 제5차 회의에서 사찰림 보존관리 방향과 사찰림 관리 매뉴얼, 시스템 구축 방법을 논의한 바 있다.  

 

 

만약 무등산이 대형 산불이 난다면 증심사 대중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증심사 소재 국가유산은 어떻게 보호하고 대피시켜야 할까? 이번 화마를 반면교사 삼는 ‘산불 대비 국가유산 소산(疏散) 긴급 훈련’이 4월 1일 증심사 경내에서 실시됐다. 광주시 문화유산지원과가 주관하고 지역의 8개 국가유산 유관기관이 참여했다. 

  이에 무등산 화재 발생 가상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사찰이 보유하고 있는 문화유산을 효율적으로 분산, 대비시키는 실전 훈련이 이뤄졌다. 원통전 석조보살입상을 주 보호 국가유산으로 설정하여 방염포를 활용, 불길로부터 보호하도록 했다. 오백나한과 현판, 서화나 서지류와 같은 문화유산은 충격보호재와 방염포로 포장하여 이운하는 훈련도 이뤄졌다. 

  긴급훈련에 따르면 만약의 사태에 증심사 국가유산을 소산하는 경우 임시보관처 1순위는 광주역사민속박물관과 신창동 마한유적체험관이며 2순위는 전남대학교박물관과 조선대학교 박물관, 3순위는 국립나주문화유산연구소가 된다.

  증심사 주지 중현스님은 “증심사는 보물 철조비로자나불을 비롯해 삼층석탑, 오백전, 석조보살입상 등 다양한 문화유산을 소장하고 있다”며 “갈수록 산불의 위험성이 증대될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우리 성보문화유산의 가치와 보존을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훈련”이라고 말했다.

  앞선 3월 29일 무등산을 지키는 산신님을 비롯해 화마에 신음하고 있는 전국의 산신님 전에 참회하고 기도하는 을사년 무등산 증심사 산신재를 봉행했다. 산신재에는 꽃샘추위에도 불구하고 140여 명의 사부대중이 참여해 간절한 마음으로 불공을 올렸다. 전국을 휩쓸고 있는 산불이 조속히 진압되기를 바라는 사부대중의 간절한 바람에 산신님이 응하듯, 불공이 진행되는 와중 경내에는 가랑비와 진눈깨비가 내리기도 했다. 

  중현스님은 이 자리에서 “기도하는 마음으로 자연 앞에 겸허하게 머리 숙이는 한편 긴 안목으로 대재앙에 대처하는 지혜를 길러야 한다”면서 “오늘의 산신재는 산불로 신음하는 이 땅의 모든 산신님들에게 올리는 참회와 반성의 기도”라고 말했다.  

  참회와 지혜로써 다가올 액난을 현명하게 해쳐나가는 대한민국, 불교계, 그리고 증심사가 되기를 발원한다.

Related Articles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Back to top butt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