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4] 포커스: 자비와 사랑을 밥상에 담아요


접시에 반찬을 담고, 음식이 담긴 접시를 옮기고, 동선을 정리하는 움직임이 분주하면서도 일사분란하다. 익숙한 이는 익숙한 이대로묵묵히 자신의 할 일을 하고, 서툰 이들은 그들대로 자신의 쓰임과 역할을 궁리하고 묻는다. 대용량 조리가 누구에게나 쉬울 것은아니지만 누구 한 사람 아쉬운 소리 하거나 힘든 내색 않는다. 2월 26일 목요일, 자비신행회 어르신식당 점심 메뉴로 돼지주물럭과상추쌈을 준비하여 대접하는 증심사 목요봉사팀(팀장 대자행)의 동선을 부지런히 좇았다. 벌써 15년 남짓. 매주 목요일 100여 인분의식사를 준비해온 어르신식당 목요봉사팀의 모습을 소식지를 통해 공유하기 위해서다.
배식은 11시 30분 무렵이지만 봉사팀 집결시각은 오전 9시다. 테이블에 착석한 봉사자들의 손에는 자비신행회 모든 봉사팀이 활동을시작하기 전에 봉독하는 <자비기도문>이 들렸다. 한 목소리로 제창한다.
“모든 사람들이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자애와 선행에 마음 쓰기를 기원합니다. 모든 사람들이 풍요로우면서도 남에게 베푸는 일에 솔선하고 재일과 계율을 잘 지키며 자신의 행위를 올바르게 다스릴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기도문 봉독을 마치면 봉사자들 일상의 대소사를 공유한다. 이날은 봉사자 중 한 명이 금강경 사경 108편 회향을 기념하는 보시금을희사했다. 개인의 애경사가 있으면 그 기쁨을 어르신 밥상으로 회향하는 문화가 이미 오래되었다. 이날의 희사금은 다음 달 목요어르신식당의 특식 마련에 쓰일 것이다.

2026년 2월 말 기준 어르신식당에 참여하고 있는 증심사 목요봉사팀 인원은 모두 13명. 한창 때는 더 많은 인원이 참여했다. 지금의숫자가 아쉽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모두가 베테랑이다. 마음 먹으면 못 할 일이 없다.
주방에서 경쾌하게 울리는 도마 소리를 뒤로 하고 에디터는 김영섭 사무처장과 조금 더 대화한다. 어르신식당이란 무엇인지, 어떻게운영되는지, 그 역사는 어떠한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혼자 사시는 지역 저소득층 어르신에게 점심공양을 제공하는 것이 어르신식당입니다. 광주 지역 3개 사찰과공동으로 꾸려가고 있어요. 월요일은 원각사, 화수요일은 자체 봉사팀, 목요일은 증심사, 금요일은 문빈정사 봉사팀이 담당합니다.”
간단하게 말하면 ‘무료급식’인데 여느 복지관에서 보아왔던 그것과는 모습이 조금 다르다. 혼잡한 급식실이라기 보다는 여유로운 식당풍경이기에.
“일반적인 복지시설의 무료급식은 어르신들이 줄을 서서 번호표를 뽑은 후 배식을 받는 구조인데, 우리는 85석 규모에 딱 맞추어 인원을초청합니다. 번호표를 뽑거나 기다리시지 않아도 식사를 할 수 있도록요. 또 우리는 식사를 식판 배급이 아니라 밥상 대접 개념으로접근합니다. 어르신들이 식탁에 앉아 계시면 쟁반마다 하나의 상을 차려서 가져다 드리면서 대접하고, 식사를 마치시면 봉사자가테이블을 정리를 하지요. 손이 많이 가지만 그렇게라도 어르신들을 예우하려고 해요.”

오전 11시가 되자 삼삼오오 어르신들이 입장하기 시작하고, 홀에는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트로트 음악이 재생된다. 배식봉사에 참여하는 증심사 주지 중현스님이 활동을 개시하는 것도 바로 이 무렵. 앞치마를 맨 스님이 어르신들의 식탁으로 밥상을 나르고, 부족한 반찬을 묻고, 빈 접시에 음식을 소복이 담아낸다. 싱싱한 상추에 제육볶음을 올려 푸짐한 쌈을 만들고 있는 어르신들 곁으로 살그머니 다가가 묻는다. “여기에서 식사하시면 어떠세요, 어르신?” 돌아오는 대답이야 ㅡ마치 짠 것처럼ㅡ 칭찬 일색이다.
“혼자 있으니까 밥 하기도 싫은데 여기 오면 잘 해줘서 좋아요. 사람들이랑 얼굴도 보고 말도 하고.”
“집에만 있으면 고독하잖아. 테레비만 쳐다보고 있는 것도 한계가 있제.”
“여그가 어떠냐고? 기양 좋제 뭘 물어싸. ‘좋음’이라 게. ‘좋음.’”
1999년 현재 자비신행회 자리에 있었던 가건물 한 켠에서 대여섯 명의 봉사자가 노인복지 사업의 일환으로 도시락을 싼 것이 자비신행회의 시작이다. 불교 책을 읽으면서 공부하던 이들이 부처님 법을 배운 대로 회향하고자 했다. 2001년에는 내남동 폐교를 임대하여 4~5년을지냈고, 그 이후 다시 이 자리에 돌어왔다가 마침내 2019년 현재의 형태로 재건축했다. 공간 지을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컨셉은 밝고 고급스럽고 시원시원할 것. 복지 대상자들 스스로 위축되지 않도록 자체적인 이미지 쇄신을 꾀했다.
봉사자 대부분이 봉사자인 동시에 후원자인 것도 자비신행회의 운영 특징이다. 서비스 대상자가 아닌 서비스에 참여하는 봉사자에 중심을뒀다. 참여자의 의도대로 사업을 만들어가는 측면도, 예산에 비해 많은 활동이 가능한 것도 참여자의 자부담 원칙 덕분이다.
그러나 불교의 여느 사찰과 마찬가지로 자비신행회 역시 고령화라는 시대의 흐름을 피할 수는 없다. 그렇기에 고령의 봉사자들에 의존하는기존 급식사업의 한계에서 한발 나아가 문화적 측면으로 전환을 꾀하고 있다. 올해 1월 리모델링을 통해 전시공간인 ‘나르샤 아트홀’을 기획한 것도 복지와 문화의 융합을 도모한 결과다.
식사를 마친 어르신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 밥상을 수거하고, 잔반을 정리하고, 설거지하는 일이 남아있다. 모든 일이 마무리된 후에야봉사자들도 한숨을 돌리며 제 몫의 밥상을 차린다. 함께 젓가락을 들면서 봉사의 소감을 넌지시 묻지만 ‘무주상봉사’에 이골이 난 봉사자들에게선 취재인이 원하는 ‘그럴싸한’ 대답이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
“봉사할 수 있는 것이 고마운 일이에요. 그 외에 아무 것도 없어요. 그래도 많은 분들이 함께 동참했으면 좋겠어요.”
단순하고, 겸손하고, 또, 핵심을 담은 말에서 봉사팀의 진심과 공덕을 엿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