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4] 직업 선택의 기준

현대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직업을 갖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인생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직업에 대한 고민도 많습니다. 어렵게 들어간 직장인데 막상 직장생활을 해보니 ‘직무가 나와는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들거나, 또는 조직생활을 하는 것 자체에 대한 회의감이 드는 경우도 있습니다. 스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요즘 사람들은 세상을 나 혼자 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밥도 혼자 먹고,영화도 혼자 보고, 쇼핑도 혼자 합니다. 모든 일상을 혼자 하기 때문에 세상을 혼자 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비유를 들자면 우리 개개인이 망망대해에 흩어져 있는 점과 같은 존재라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그랬던 사람이 직장에 들어가면 필연적으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일해야 하기 때문에 ‘나는 조직생활이 안 맞아’라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우리는 결코 나 홀로 존재할 수가 없습니다. 내가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것은 내가 알든 모르든 누군지도 알 수 없는 숱하게 많은 사람들이 나를 위해서 뭔가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나 역시도 누군지도 모를 많은 사람들을 위해서 일을 하고 있는 것이 우리 사회의 단면입니다.
이렇게 서로가 서로를 위해 일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행위들은 ‘직업’이라는 것을 통해서 연결되어 있습니다. 직업에는 두 가지 측면이 있습니다. 하나는 생계의 수단이고 나머지 하나는 봉사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빵집을 운영하는 사람이 아침마다 빵을 만드는 것은 재화를 받고 빵을 주는 거래의 측면도 있지만,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맛있는 빵을 만들기 위해서 꼭두새벽부터 나와서 빵을 준비하는 봉사의 측면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런데 우리의 생존 본능은 직업을 수입 혹은 생계 수단 쪽으로 우선시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직업의 봉사적 측면을 간과하기 쉬운데, 의도적으로라도 직업이 가지고 있는 봉사의 측면을 환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취직 혹은 이직을 고민하는 청년들은 그 직업으로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몰라 혼란스러워 하기도 합니다. ‘어떤 직장에 다니고 무슨 일을 하면서 살아야 할까’라는 고민은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요?
직장은 자아실현의 장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먼저 드리고 싶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직업을 가진다’와‘직장을 구한다’를 같은 범주로 생각하는 경향이 많습니다. 앞서 말했던 직업의 봉사적 측면과 생계수단이라는 부분을 간과하고, 오히려 직장을 자아실현의 장으로 생각합니다.
‘내가 뭘 원하는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는 ‘무엇을 원해야 자아실현을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과 같습니다. 문제는 자아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자아에 대한 성찰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잘하는 사람인지를 알고 있어야 그것을 더욱 발전시킬 방법을 찾을 수 있는데, 자기 성찰이 없이자아실현을 하겠다라고 하는 것은 사실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인 겁니다.
자아실현보다 더 근본적인 것은 자아성찰이고, 자아성찰은 ‘내가 무엇을 이루고 싶은가’보다 ‘어떻게 살 것인가’에 더 가까운 행위임을 알아야 합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내가 원하는 일이 아니라는 간극에서 번민이 오기도 합니다. 일반적인 사회적 인식에 부응하기 위해서 전문직종을 향해서 질주하는 현상도 종종 목격됩니다.
100세 시대입니다. 그 어떤 전문직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도 퇴직 후 나머지 30~40년 동안은 전혀 다른 일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하는 일(직종)은 사회가 나에게 요구하는 봉사로써의 의미가 더 클 겁니다.
누구나 어떤 직종에 종사하고 있든, 내가 원하던 일이던 원치 않던 일이건 사회가 유지되기 위해서 꼭 필요한 일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일에 내 삶의 일부를 떼어내서 봉사하고 있는 것이지요. 기왕 하는 봉사라면 내가 잘 할지 못 할지 모르는 ‘원하는 일’보다는 ‘내가 잘 하는 일’을 하는 일을 하는 것이 사회를 위해서나 개인적으로도 더욱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직업은 우리 삶의 전부가 아니라 일부입니다. 직업을 삶의 전체로 여기고 일을 통해 삶의 모든 것을 이루고자 했던 과거와는 달리, 최근에는 직업이 삶의 일부라는 것을 서서히 깨닫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과정에서 일과 생활의 균형을 찾는 ‘워라벨’이라는 표현이 심심찮게 등장하기도 합니다.
직장이나 직업에 대해 고민하는 분들이라면 직업과 직장, 생계와 봉사, 자아실현과 자아성찰을 혼동하고 있지는 않은지, 혹은 일이 삶의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이라고 오해하고 있지 않은지 먼저 돌아보시기를 바랍니다. 이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다면 직업을 선택할 때 내가 원하는 일보다 남들보다 좀 더 잘 하는 일을 선택할 수 있을 것이고, 그 시기가 빠를수록 불필요한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