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4] 공인의 덕목

공인(公人)은 권력을 양도받은 사람
공인(公人)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 일하는 사람입니다. 이 사회에서 직업을 가지고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일정 부분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 일을 합니다. 직장이 없는 무직자라 하더라도 소비 행위를 함으로써 공공의 이익, 공공의 경제에 일익하는 사람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모두를 공인이라고 말하지는 않습니다.
TV에 나와서 사회의 특정 문제에 대한 견해를 주도하는 교수, 평론가, 변호사, 혹은 특정 분야의 전문가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공인일까요? 우리는 그들은 ‘오피니언 리더’라는 또 다른 카테고리로 규정할 뿐 공인이라고 말하지는 않습니다. 연기자나 가수, 감독 등 대중에게 노출이 잦은 연예계은 어떨까요? 자영업자, 전문직 종사자, 심지어 무직자까지. 여러 부류의 군상이 있지만 공인이라는 말에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공인이란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요?
제가 생각할 때 공인은 ‘권력을 대신 사용하는 사람’입니다. 우리 사회에서는 일정 기간에 한 번씩 정치가를 선출합니다. 투표란 내가 가지고 있는 한 표 만큼의 권력을 내가 지지하는 사람에게 일정 기간 동안 양도하는 것입니다. 나의 권력을 위임하는 일종의 계약입니다. 한 표 만큼의 권력이 따로따로 떨어져 있으면 힘을 발휘하기가 어려우니 그 힘을 한 곳에 몰아주는 것이 투표입니다.
권력은 힘이지요. 투표로 힘을 부여 받은 정치인은 여러 정책을 펴고, 입법활동을 하고, 제도가 잘 시행되도록 관리 감독을 합니다. 이러한 일련의 행위가 막강한 권력이지요. 유권자가 몇 년 동안 권력을 양도하여 대통령이 선출되고, 대통령이 모든 국정을 다 볼 수 없으니 그 권력의 일부를 장관에게 양도하고, 장관은 다시 실장과 국장들에게 조금씩 양도하는 것입니다.
공인과 수행자의 공통점
권력을 양도 받았다는 것은 권력이 자신의 것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그리고 권력을 양도받았을 때는 그 파급력이 일반인들과는 본질적으로도 다릅니다. 예를 들어 제가 차별 발언을 하는 것과 대통령이 공식석상에서 차별 발언을 하는 것은 그 파장이 완전히 다릅니다. 권력을 양도받은 사람들은 자기가 큰 파급력을 가진 만큼 자신의 행동에 신중해야 하고 행동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합니다.
한편 공인과 수행자는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여기에서 잠깐 수행자의 삶을 살펴봅시다. 수행자는 열반을 성취하기 위해서 자기 성찰을 게을리 하지 않습니다. 세세생생 이어 내려온 중생의 습을 털어내기 위해서는 행동, 생각, 마음 하나하나를 살피고 다스려야만 합니다. 자기 성찰을 게을리 하면 열반을 성취할 수 없습니다. 수행자가 신도들로부터 공양물을 받는 이유는 오로지 수행하기 때문입니다. 먹고 사는 문제를 전적으로 공양에 의존하는 대신 오로지 수행만 하기 때문에, 다시 말해 자기 성찰에 철저하기 때문에 수행자는 수행자일 수 있습니다.
공인도 마찬가지입니다. 유권자가 개개인의 권력을 양도해주었기 때문에 권력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공인이 자기 성찰에 게으르면 자기 혼자만 힘든 것이 아니라 본인에게 권력을 양도해준 사람들도 같이 고통 받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공인은 매사에 신중하며 조심을 기해야 합니다.
공인을 판단하는 기준
공인과 수행자의 두 번째 공통점은 프라이버시가 없다는 것입니다. 수행자에게 사생활이라는 영역 자체가 어울리지 않습니다. 수행은 매 순간, 매 찰나, 그렇게 365일을 하는 것이지, 출퇴근 시간을 정해놓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공인도 마찬가지입니다. 공인은 올바른 판단을 해야 하고 올바른 행동을 해야 합니다. 공인의 모든 행동은 개인의 생각이나 영역이 아닙니다. 자신이 권력을 양도받은 위치에 있는 이상은 언제나 시민들이 자신을 지켜보고 있으며, 자신은 단지 시민들의 대리인에 불과함을 잊지 말고 자기 성찰을 해야 합니다. 이것이 권력을 양도 받아 권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의 숙명입니다.
이렇게 볼 때, 공인을 판단하는 기준은 이러해야 합니다. ‘저 공인이 자기성찰을 철저하게 하고 있는가?’, ‘저 공인이 수행자적인 자세로 살아가고 있는가?’ 수행자는 열반을 성취하겠다는 궁극적인 목표가 있는 반면, 공인은 권력이라고 하는 무서운 칼을 쥐고 있습니다. 그렇게 때문에 더더욱 공인은 수행자와 동일하다는 마음가짐으로 살아야 합니다. 항상 수행하는 자세로 자기 성찰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됩니다.
그리고 우리는 공인들에게 권력을 양도해준 사람으로서 그 이가 내가 준 권력을 잘 쓰고 있는지를 지켜보고 감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것이 시민으로서의 의무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