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묵당 편지
나의 부처님
지난 2월, 캄보디아 성지 순례길에 우리나라 한 끼 식사비 정도의 아주 싼 금액으로 부처님을 모셔 왔습니다. 크기도 손바닥 정도만 하고 상호도 익숙하지 않은 부처님이라, 별생각 없이 컴퓨터 위에 이렇게 모셨습니다. 그저 캄보디아에 온 걸 기념하는 정도 이상의 의미는 부여하지 않았습니다.
지금까지 항상 내려다보기만 했습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올려다보는 시선으로 우러러보니 지긋이 미소 짓는 모습이 너무나 마음에 와닿습니다. 보리수 아래에서 형언할 수 없는 깨달음의 기쁨을 느끼는 부처님의 모습이 이와 같지 않을까 상상해 봅니다.
싯다르타 태자는 마침내 깨달음을 성취하여 법열의 기쁨을 한껏 누리는데, 나는 어이 방일하여 환갑을 넘기고도 중생고를 헤어 나오지 못하는 것일까요? 자신보다 몇 십 배 비싼 컴퓨터를 좌대 삼아 앉아 계신 부처님께서는 매일 저를 경책하십니다. 저 부처님이 내 안의 부처님을 일깨우는 마중물이 되기를 빌고 또 빌 따름입니다.
보조 스님께서는 항상 부처님을 지니고 다니셨습니다. 송광사에서 국보로 전해지는 ‘삼존불감’이 바로 그것입니다. 여러분들도 항상 눈이 가는 곳에 작은 부처님 한 분 모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