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속이야기

제 맘대로 나무를 가져간 달니가 비구

부처님께서 왕사성(王舍城)에 계실 때였다. 그때 많은 비구가 한곳에서 안거하다 보니 방사(房舍)가 부족했다. 비구들은 각자 아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해 풀과 나무로 직접 초막을 지었다. 그런데 비구들이 성에 들어가 걸식하는 사이, 나무꾼들이 초막을 헐어 재목을 가져가 버렸다. 비구들은 상심했지만, 다시 풀과 나무를 구해 초막을 지었다.

이때 대중 가운데 달니가(達尼迦)라는 비구가 있었다. 그는 옹기장이의 아들이었다. 달니가는 자신의 재주를 이용해 진흙으로 벽돌을 구워 집을 만들었다. 붉은 벽돌로 만든 그의 집은 튼튼하고 화려했다. 게다가 목재로 만들지 않아 나무꾼이 허물 일도 없었다. 주변 비구들은 그 집을 보며 다들 부러워하였다. 달니가는 뿌듯해하며 동료들에게 말했다.

“식량을 마련하러 며칠 집을 비울까 합니다. 여러분이 저의 집을 잘 살펴주십시오.”

얼마후 부처님께서 아난과 함께 숲에 마련된 방사들을 둘러보다가 붉은 벽돌집을 보고 물으셨다.

“이 숲에 저렇게 멋진 집이 있었던가?”

“옹기장이의 아들 달니가 비구가 직접 지은 집입니다.”

“저 붉은 벽돌집을 부수거라. 풍족한 의식주는 수행자에게 축복이 아니라 재앙이다. 외도들이 저 집을 보면 ‘부처는 사치를 찬양하는 자’라고 비난하리라.”

아난은 분부를 받고 즉시 벽돌집을 허물었다.

그리고 얼마후, 달니가가 돌아왔다. 달니가는 자신의 집이 사라진 것을 보고 화를 내면서 동료들에게 다그쳤다.

“어느 놈이 감히 내 집을 부쉈는가?”

비구들이 자초지종을 이야기하자, 달니가는 분을 삭이며 속으로 생각했다.

“스승님께서 부수라고 하셨다면 어쩔 수 없지. 벽돌집이라 눈에 거슬렀다면 나무로 집을 지으면 되지.”

그 밤이 지나고 아침이 되자, 달니가는 발우를 들고 성에 들어가 친구를 찾아갔다. 그의 친구는 마가다국 군주 아사세왕(阿闍世王)의 목재를 관리하는 사람이었다. 달니가가 친구에게 당당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이 친구, 아사세왕께서 나더러 목재가 필요하면 맘대로 쓰라 하셨네.”

임금의 명이라는 말에 친구는 두말하지 않고 창고의 문을 열었다. 달니가는 굵고 단단한 고급 목재만 골라 한쪽에 따로 쌓아두었다. 그리고 목수에게 말했다.

“내가 말한 치수대로 잘 재단해 두게. 며칠 후에 찾으러 오겠네.”

다음날, 성의 관리자가 물품을 점검하다가 목재가 사라진 것을 확인하였다. 관리자가 목수를 불러 다그치자, 목수가 있었던 일을 상세히 보고하였다. 자신도 모르는 일이 벌어지자, 성의 관리자는 곧 왕에게 찾아갔다.

“대왕께서는 성을 짓기 위해 비축해 둔 목재들을 왜 비구에게 주셨습니까?”

깜짝 놀란 아사세왕은 상황을 보고받고 달니가를 데려오라 명하였다. 그리고 물었다.

“비구의 법에는 주지 않은 것을 가져가면 어떻게 합니까?”

달니가가 뻔뻔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저는 주지 않은 것을 가져간 것이 아닙니다. 대왕께서 이미 저에게 주셨습니다.”

“나는 준 기억이 없소.”

“잘 생각해 보십시오. 대왕께서 처음 왕위에 오르실 때 ‘우리나라의 풀과 나무 및 물을 계를 지키는 스님들께서 마음껏 사용하게 하겠다’라고 말씀하지 않으셨습니까?”

“주인 없는 숲의 풀과 나무를 편안히 이용하라는 말이지, 그게 어디 남의 것까지 맘대로 사용하라는 말이오?”

그러자 달니가가 눈알을 부라리며 억지를 썼다.

“저는 대왕의 말씀을 믿고 들은 대로 한 것뿐입니다.”

아사세왕은 그가 대화가 통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다.

“가시오. 그리고 다시는 목재를 가져가지 마시오.”

숲으로 돌아온 달니가는 부끄러워하기는커녕 있었던 일을 영웅담처럼 동료들에게 떠벌렸다. 이야기는 곧 부처님 귀에 전해졌다. 부처님께서는 숲속 비구들을 한자리에 모으고 달니가 비구를 꾸짖으셨다.

“주지 않은 물건은 가지지 말라. 사람이 모여 사는 마을에서건 사람이 살지 않는 허허벌판에서건 주지 않은 물건은 그 무엇도 가지지 말라. 주지 않은 것에 손을 대는 것은 도둑질이요, 그런 자는 도둑놈이다. 도둑놈은 수행자들과 함께 머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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