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가사도
“스님 가사가 떨어져 생긴 섬, 가사도”
남도의 서남해안 끝자리에 자리한 ‘보배의 섬’ 진도, 여기서 다시 바다 건너 북서쪽으로 약 21km 쯤 떨어진 곳에 섬 ‘가사도’가 있다. 행정구역으로는 전남 진도군 조도면 가사도리이다. 가사도라는 지명은 마을 당산(堂山)의 모습이 부처님 옷과 같다 하여 ‘가사도(袈裟島)’라 유래되었다.
가사(袈裟)는 스님들이 장삼 위에 입는 옷으로,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왼쪽 어깨에 걸쳐 입는 법의(法衣)이다. 범어인 카사야(Kasaya)’에서 음을 딴 것으로, 괴색(壞色)·부정색(不正色)·탁색(濁色)·탁염색(濁染色)·염색 등으로 번역된다. 부처님이 태어나신 인도는 더운 나라여서 바람이 잘 통하도록, 직사각형의 긴 천을 몸에 둘둘 말아 걸쳐 입었다. 출가 수행자인 스님들은 무소유를 실천하고자 낡은 옷을 주워 입거나, 시주 받은 천을 조각조각 꿰매어 입은 것이다. 특히 불교 수행자들의 의복인 가사는 부처님 당시부터 현재까지 계속 이어져 오고있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의상이기도 하다.
인도에서 스님들이 입었던 옷인 가사가 중국이나 티벳, 우리나라로 전해지면서 단순한 옷에서 수행자의 표식을 알리는 겉옷으로 변화되었다. 가사는 복전가사라 하여 전답(田沓)모양을 상징하는 복전의(福田衣 : 복 밭의 옷)라는 뜻이 있다. 천 조각을 꿰맨 모양이 밭과 같고 바느질한 자리가 물을 대는 수로와 같아 농사짓는 밭, 다시말해 복전이라 부르는 것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종파와 스님의 수행력에 따라 가사의 색이 다르고, 꿰맨 헝겊 천의 숫자도 다르다. 이처럼 스님이 입는 가사가 남도 끝, 섬 마을까지 내려온 이야기는 지난달에 살펴봤다. 세방낙조로 유명한 진도 지력산 동백사에서 수행하던 스님이 서쪽하늘로 날아가는 새 떼를 따라 하늘을 날다가 도력이 떨어져 바다에 빠졌다. 그때 스님의 가사가 바다에 떨어져 가사도가 되었고, 스님의 장삼이 떨어져 장삼도, 바지가 떨어져 하의도, 윗옷이 떨어져 상의도, 발가락이 떨어져 발가락 섬, 손가락이 떨어져 손가락 섬(주지도), 그리고 심장이 떨어진 곳은 불도(佛島)가 되었다는 설화가 전한다.
진도 조도면 앞바다에 자리한 이들 섬들을 통칭해 ‘가사군도’라 부른다. 이처럼 불교와 깊은 관련이 있어서인지 가사도에는 살생하면 벌을 받는다거나, 대량으로 고기를 잡는 것은 멀리하고 필요한 만큼만 잡는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가사도에서 고기 잡는 일을 주업으로 하는 이들은 결국 패가망신한다는 설이 전한다. 뿐만 아니라, 가사도 근해는 조기가 풍부한 어장이지만 예전에 가사도민들은 살생하지 않으려고 타지역 어선들에게 고기잡는 것을 맡기고 구경만 했었다고도 한다.
가사도는 조도해역에서 톳 양식을 가장 많이 하는 섬이다. 이곳의 톳은 품질이 좋아 외국인들이 많이 찾고 있다. 어디에서든 사람 사는데 죽으란 법은 없기 마련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