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 불교 지명이야기

구례 방광마을_1

국립공원 제1호는 지리산이다. 지리산은 대지문수사리보살(大智文殊舍利菩薩)에서 지(智)와 리(利)를 따온 산이름으로 문수보살이 상주하는 산이다.지리산 남쪽 구례 천은사 들머리에는 특별한 이름을 가진 마을이 하나 있다. 구례군 광의면 방광리 방광마을이다.

방광마을은 예전에 구례의 중심이 되는 마을이었다. 조선시대엔 전장에서 쓸 군량미를 저장했고, 일제 강점기인 1930년대 까지만 해도 남원에서 구례로 들어오는 길목이어서 나그네들로 북적였다.

흔히 ‘방광마을’이라하면 신체의 일부인 소변을 저장하고 배설하는 방광(膀胱)을 떠올린다. 그런 연유로 한때 SNS에서 재미있는 지명으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그러나 방광마을의 방광은 ‘빛을 발한다(放光)’는 뜻으로 부처님이 광명의 빛을 말한다. 깨침의 자비광명이 어둠을 몰아내는 마을이니 참으로 영예롭고 자랑스런 마을이름이라 하겠다.

이처럼 방광마을은 특별한 이름만큼 마을이름과 관련해 흥미로운 이야기가 전한다.

오랜 옛날, 지리산 남쪽 기슭을 어느 스님이 한 분 걸어가고 있었다.

때는 보리가 익어가던 시기였다. 보리밭 옆을 지나던 스님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잘 익은 보리를 쓰다듬었고, 보리 세 알이 손바닥에 떨어졌다. 그 보리를 손으로 비벼 입에 넣으니 맛이 좋았다.

그렇지만 풍요로운 보리밭 사이를 걷던 스님은 뭔가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다.

주인 허락도 없이 보리를 먹었으니 이 또한 빚이되고 말았던 것이다.

어느 누구보다 인과법을 잘 알고있던 스님은 내생에 백 배 천 배로 갚는 것보다 금생에 갚기로 마음먹었다. 스님은 곧장 승복을 벗어 바랑에 챙겨서 바위 밑 동굴 속에 두었다. 그리고 몸을 소로 바꾸어 보리밭의 주인집을 찾아갔다.

임자 없는 소가 스스로 찾아오자 주인은 업동(業童)이가 들어 왔다며 좋아했다.

그날이후 소는 주인 말을 잘 들었고, 일을 잘해 3년이 지나자 주인집 재산도 많이 불어났다.

그런던 어느날 갑자기 소가 죽을 먹지 많고 끙끙 앓았다.

주인이 걱정되어 소 곁을 떠나지 않고 있는데 소가 싼 똥에서 밝은 빛이 쏟아졌다. 빛이 나는 똥을 자세히 들여다 보니 글씨가 반짝이고 있었다.

명야마적중다래 (明夜馬敵衆多來)

흔연영접준비요 (欣然迎接準備要)

“내일 저녁에 마적단들이 떼로 몰려 올 것이니,

흔연히 영접할 준비를 하라”는 것이었다.

너무 뜻밖의 일이었으나 주인은 소 똥에 새겨진 글대로 손님 접대준비를 단단히 하였다.

다음날 손님맞을 준비를 마치고 기다리고 있으니, 과연 한 밤중이 되어 마적떼 수 십명 몰려왔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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