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묵당 편지
일상 속으로 떠나는 낯선 여행
아침 9시, 취백루 리모델링 공사 때문에 행원당으로 옮긴 종무소에 들러 이런저런 일을 보고 나와, 잠시 대웅전 마당에 섰습니다. 행원당 앞에 서서 바라보는 대웅전 마당의 풍경이 문득 새롭습니다. 서있는 곳을 한문으로 쓰면 입장立場이 됩니다. 입장이 다르면 보이는 것도 다른 법. 내친 김에 평소 발길이 가지 않는 지장전 뒤로 발걸음을 향했습니다.
지장전 옆 구석에서 바라보는 탑은 아침 햇살과 어울려 새로움이 더합니다. 꽃밭에선 벌 두 마리가 부지런히 꽃 사이를 옮겨 다니고 있습니다. 벌을 이렇게 한참동안 바라본 게 처음인 듯해서 무척 신선한 느낌이 듭니다. 내려오는 계단 옆에 종 모양의 꽃이 언제 피었는지 모르게 피었습니다.
혼자서 느긋하게 오전의 도량을 둘러봅니다. 마치 아침 일찍 관광객이 들이치기 전의 관광지에 와 있는 기분입니다. 온 도량이 신선한 아침햇살처럼 새롭게 다가옵니다. 여기가 늘상 생활하던 증심사가 맞나 싶을 정도입니다. 시간과 장소가 아주 조금 바뀌었을 뿐인데, 익숙한 일상의 공간이 낯선 여행지로 변모했습니다. 변한 것은 없는데 모든 것이 변했습니다.
여러분, 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여행스타일, 일상 속으로 떠나는 낯선 여행은 어떤가요?
중현 두손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