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묵당 편지
외로움
한 여인이 진열대를 엎고 맨발로 바닥에 드러눕는 등 백화점에서 난동을 부렸다고 합니다. 짝퉁을 팔아 불만이어서 그랬답니다. 또 어떤 이는 비닐봉투를 주지 않는다고 편의점으로 차를 몰고 돌진했습니다. 최근, 템플스테이에 오신 분들이 이틀 연거푸 제게 외로움을 토로하고는 돌아갔습니다. 한두마디 말로 풀어질 응어리가 아니었습니다.
피곤을 한보따리 짊어지고 돌아와, 혼자 누운 밤이 뼈가 시릴 정도로 외롭다면, 낮 동안의 약간의 성취, 약간의 선의, 약간의 공감, 약간의 분노가 다 무슨 소용일까요?
밤하늘의 별만큼 많은 사람들이 외로움에 몸부림치며 잠이 듭니다. 잠들어야 할 시간에 잠들지 못하고, 깨어나야 할 시간에 깨지 못하면서, 원치 않는 고독과 힘겨운 씨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취미삼아 그러는 것도 아니고, 자기계발이 뭔지 몰라 그러고 있는 것도 아닐 것입니다. 좁은 철창에 갇혀서 몸은 성인병으로 고통받고 마음은 서서히 미쳐가는 동물원의 동물들이 떠오르는 것은 우연의 일치일까요?
고독도 병이 되는 시대입니다. 숱한 중생들이 ‘외로움’이라는 병으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독감이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몸도 마음도 편치 않은 세상입니다. 부디 몸 건강, 마음 건강 하시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