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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하고 감사할 뿐입니다

다인화 보살

폭염의 계절이다. 도심에서 벗어나 무등산 숲속에 들어서니 극락이 따로 없다. 자리만 살짝 옮겼을 뿐인데 극락과 지옥만큼이나 세상이 다르다. 극락에도 등급이 있다면 증심사 템플스테이 ‘연경당’은 상급이다.

지대방 창밖으로 펼쳐진 녹음과 새소리, 시원하고 부드럽게 부는 산들바람과 함께하는 차 맛이 일품이다. 그렇게 다인화(多仁華. 민부순) 보살과 차담을 나눴다.

“생각해보니 살면서 특별한 굴곡을 겪지 않았어요. 어려서 어머님 따라 절에 다니던 아이였고, 결혼해서는 평범한 주부로 살고 있습니다.”

다인화 보살의 얼굴에 은은한 미소가 끊이지 않는다. ‘굴곡 없는 인생이 어디 있으랴’ 싶어 절에 오게 된 사연을 물었다. 혹시, 뭔가 힘든 일이 있어 부처님을 찾아온 것은 아닐까 싶었다.

그런데 별거 아니란다. 20여 년 전, 가족과 함께 보리밥을 먹기 위해 무등산에 왔다가 소화도 시킬 겸 산보삼아 증심사를 찾았단다.

“그날 절에서 법회가 있었나 봅니다. 사람들도 많고 스님이 법문을 하시는데 평소에 듣지 못한 말씀이었습니다. 몸과 마음이 편안했습니다.”

그 편안함을 잊지 못해 법회 때마다 증심사를 찾았다. 초창기에는 부끄럼이 많아 법회가 끝나면 후원에 들리지 않고 절 아래 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하곤 했다.

다행히 동네 친한 언니가 동행을 했고 시간이 흐르면서 후원에서 봉사도 함께했다. 그 후 다인화 보살의 수행정진은 ‘기도’와 ‘봉사’가 화두였다. 특별히 올 정초에는 그동안 맡아오던 증심회 총무소임을 놓았다. 자원봉사자로 활동한지 10년만이다.

다인화 보살은 법회나 기도 때면 항상 대웅전 칠성단을 찾는다. 어려서 어머니가 늘 하셨던 말씀이 있다. “너는 명이 짧다고 하니 칠성기도를 많이 하라” 하셨다. 사주팔자에 연연하지 않지만 어머니가 하신 당부이기에 다인화 보살의 고정석은 칠성단 앞자리이다.

기도는 1년 단위로 한다. 칠성기도, 참회기도, 감사기도를 돌아가면서 1년씩 한다. 스스로 날짜를 정해 입재하고 1년 후에 회향한다. 그중에 자주 하는 기도는 ‘감사기도’이다.

“모든 것이 감사할 따름입니다. 별다른 일이 없음이 감사하고, 평범한 것이 감사합니다. 절에 와서 기도하고 봉사할 수 있음에 더욱 크게 감사합니다. 그리고 혹여 제가 지은 공덕이 있다면 모두 저희 거사의 덕입니다.”

법회가 휴일과 겹칠 때는 거사가 도반이 되어 함께 증심사를 찾았다. 거사는 법회뿐 아니라 절에서 봉사할 때도 일손을 도왔다. 봉사로 피곤한 날이면 ‘저녁상 차리지 말고 외식하자’며 밥을 사주곤 했다. ‘손해 보더라도 배려하며 살자’는 거사를 따르다보니 세상일에 크게 부딪칠 것이 없었다.

다인화 보살은 올 초에 감사기도를 회향했다. 아이들 아빠이자 남편, 가장 가까운 도반인 거사가 올해 정년퇴직을 한다. 33년간 다녔던 직장을 마무리한다. 그 거사를 위해 감사기도를 올렸던 것이다.

“사람이 살면서 어찌 힘든 일이 없겠습니까. 그럴 때면 원효대사의 ‘마음먹기 달렸다’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를 생각합니다. 세상살이는 한 생각 어떻게 갖느냐에 따라 달라지더군요.”

그랬다. 다인화 보살이 말한 ‘굴곡 없는 삶’의 비밀은 ‘일체유심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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