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이 자리를 빛내 주시는 여러 귀빈 여러분께, 증심사 사부대중을 대신하여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지난 20세기는 전지구적 재앙이었던 제1차 세계대전과 스페인 독감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얼마전까지 우리 인류는 곧 4차 산업혁명의 시대가 도래하리라는 희망찬 미래를 그렸습니다. 그러나 정작 21세기는 코로나19와 함께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제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코로나19가 맹위를 떨치는 와중에도, 부처님께서는 올해도 어김없이 우리들 곁으로 오셨습니다. 만약 지금 우리 곁에 부처님께서 와 계신다면 어떻게 말씀하시고 어떻게 행동하실까요? 모름지기 불자라면 부처님의 입장이 되어서 생각해보아야 할 것입니다.
세상은 이미 변했습니다. 바뀐 만큼 새로운 습관을 몸에 익혀야 합니다. 마스크 착용은 물론, 손을 깨끗이
씻고, 거리두기를 일상적으로 실천해야 합니다. 그러나 평상시에 무심코 행동하면 묵은 습관을 고칠 수 없습니다. 항상 깨어 있어야 새로운 습관을 몸에 익힐 수 있습니다. 깨어있지 않으면 습관을 바꿀 수 없습니다. 습관을 바꾸지 않으면 변화된 일상에 적응할 수 없습니다. 적응하지 못하면 결국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패배할 것입니다.
만약 부처님이 지금 계시다면 제일 먼저 항상 깨어 있으라고 말씀하셨을 것입니다. 두번째,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도 배려하는 마음을 가질 것을 당부하셨을 것입니다. 무심코 한 그루의 나무를 베고, 무심코 일회용 플라스틱을 버리는 행동이 결국 오늘날의 재앙을 가져왔습니다. 나아가 나만 즐거우면 그만이지 하는 생각이 이태원 클럽 발 집단감염을 초래했습니다. 우리 인간은 말할 것 없고, 이 지구상의 모든 것들은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이제 이기적인 행동이 곧바로 죄악이 되는 시대에 돌입하였습니다.
배려는 바람직한 덕목이 아니라 지구 전체를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할 규범이 되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항상 지혜와 자비의 실천을 강조하였습니다. 지금 우리 시대야말로 지혜와 자비가 절실하게 필요합니다. 지혜는 멀리 있지 않습니다. 항상 깨어 있는 마음이 지혜입니다. 자비의 실천은 결코 어렵지 않습니다.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곧 자비심입니다.
어찌보면 코로나19가 창궐하는 21세기야말로 지혜와 자비를 실천하는, 그래서 이 세상을 불국토로 만들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아닐 수 없습니다. 한 달 늦게 치르는 초파일입니다. 그러나 지혜와 자비 이 두 글자를 가슴에 새긴다면 어느 해보다 알찬 초파일이 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