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과 차한잔

스님들은 자유롭게 절을 옮겨 다닐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스님들마다 조금씩 다릅니다. 그래서 먼저 스님들의 여러 유형을 알아야 합니다.

스님의 여러 유형 스님들은 크게 네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 번째, 행자, 두 번째, 예비스님. 세 번째 이판 스님, 네 번째, 사판스님. 우선 행자는 수행자의 줄임말로 엄밀하게 따지자면 스님이 아닙니다. 그래서 옷도 승복이 아닌 밤색 계통의 행자복을 입고 있습니다. 예비스님이 되기 위한 과정에 있는 사람을 행자라고 하고, 대개 6개월 ~ 10개월 정도의 기간이 걸립니다. 두 번째, 예비스님은 사미(여성의 경우 사미니)라고 합니다. 행자과정을 무사히 마치고 사미계를 받으면 예비스님인 사미가 됩니다. 하지만 사미는 아직 정식스님은 아닙니다.

조계종의 경우, 종단이 정한 교육기관에서 4년의 과정을 이수하고 나면 비구계를 받을 수 있는 자격이 부여되며, 사미와 비구를 구분하기 위해서 사미의 경우 승복의 옷깃에 밤색띠를 두르고 있습니다. 사미가 비구계를 받게 되면 비로소 정식 스님인 비구(여성의 경우 비구니)가 됩니다. 비구 중에서 선원에서 수행하는 스님을 이판승, 그외 스님들을 사판승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행자와 사미를 거쳐야 비로소 정식 스님이 될 수 있고, 그 기간은 최소 5년이상 걸립니다.

이제 스님의 여러 유형을 알았으니 각 유형별로 어떤지 알아볼까요?

행자

행자님들은 사미 스님이 되기 전까지 출가한 절에서 생활합니다. 행자님이 절을 나간다는 말은 “아이고! 중노릇 못하겠어요.” 하고 다시 속세로 돌아가는 것과 똑같은 의미입니다. 그러니까 원칙적으로 사미계를 받을 때까지는 출가한 절에서 나가지 않고 생활해야 합니다. 당연히 자유롭게 절을 이동할 수 없고, 휴일이나 휴가 같은 것도 없습니다.

사미(사미니)

사미 스님들 역시 종단이 정한 교육기관에서 4년간 생활해야 합니다. 이러한 교육기관으로는 강원, 기초선원, 중앙승가대학 등이 있습니다. 이중에서 강원이 가장 전통적이고 오래되었습니다. 요즘은 승가대학이라고도 말합니다. 강원은 스님이 갖추어야할 지식은 물론 스님으로서의 소양을 쌓는 곳으로 일종의 전인교육기관입니다.

대개의 경우 강원은 송광사, 해인사 같은 큰 사찰에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따로 정해진 방학 때 잠시 절 밖으로 나갈 수는 있지만 다른 강원으로 옮기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중앙승가대학은 조계종에서 스님들을 위해 설립한 대학으로 일반 대학과 동일하게 운영됩니다. 기초선원은 사미의 신분으로 선원에서 수행하는 스님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기관입니다. 그래서 기초선원은 해제 중에만 운영됩니다.

이판스님

‘이판사판’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부정적으로 많이 쓰이는데 사실은 이판 스님과 사판 스님을 합친 것, 즉 모든 스님을 말하는 불교용어에서 유래한 말입니다. 이판 스님들은 선원에서 수행하는 스님입니다. 그러면 1년 365일 하루도 빼먹지 않고 선원에서 수행만 하는가 하면 그건 아닙니다. 학생들도 방학이 있잖아요. 이판 스님들도 일종의 방학이 있습니다. 학생들은 여름과 겨울에 쉬는데 스님들은 반대입니다. 봄하고 가을이 방학입니다. 수행하는 기간을 ‘안거’라고 하고 여름 세 달을 지내는 하안거, 겨울 세 달을 지내는 동안거가 있습니다. 안거의 반대되는 것이 해제입니다. 봄과 가을은 해제 기간인 셈이지요.

이렇게 안거 기간 동안에는 오직 참선 수행만 하면서 절 밖으로 나가지 않습니다. 물론 휴가나 휴일도 없고 절에서 숙식하면서 수행합니다. 절을 옮겨 다니는 문제는 쉽게 생각하면 이런 거죠. 만약 다가올 겨울 세 달 동안 송광사 선원에서 수행하고 싶다면, 미리 신청을 해야 합니다. 수용여건 등을 고려해서 송광사에서 허용해줘야 갈 수 있습니다. 이렇게 신청을 하는 것을 ‘방부를 들인다.’라고 합니다. 방부를 들여서 안거를 시작하게 되면, 안거 동안은 절을 옮길 수 없습니다. 대신에 방부를 받아 주기만 한다면 어느 절이든 가서 살 수 있습니다.

사판스님

비구(비구니) 중에서 이판 스님을 제외한 모든 스님들이 사판 스님에 해당됩니다. 예전에는 뭐든 스님들이 대부분 자급자족했습니다. 기와도 스님들이 만들고 법당의 탱화도 스님들이 그리고 불교경전을 만드는데 필요한 종이도 스님들이 직접 만들어서 사용했습니다. 이렇듯 선원에 다니지 않고 이런저런 일을 하거나, 신도들을 대상으로 포교를 하거나, 사찰에서 행정업무를 보거나 아니면 기도를 하는 스님들이 모두 사판 스님입니다. 사판 스님들은 이판 스님들 처럼 방부를 들이는 절차가 특별히 필요하지 않습니다. 딱히 제약도 없습니다. 다만 주지 소임은 종단에서 임명하고 임기는 4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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