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26-11] 광주불교사진전 <무등등, 빛의자리>: 주지스님-유동영 대담

오랜시간 불교와 절집의 풍경을 담아온 불교전문 사진작가 유동영의 두 번째 개인전 《무등등(無等等), 빛의 자리》가 오는 11월 광주의 불자들을 찾아온다. 무등산 증심사가 주최하고 증심사 부설 무등문화마당과 은암미술관이 공동주관하는 불교전시다.

사진전을 기획한 증심사 주지 중현스님과 사진전을 준비한 유동영 작가가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크게는 전남광주를 아우르는 독창적인 불교전시의 의미를 짚고, 작게는 유동영 작가의 불교작업과 그 가운데 있었던 인연 이야기들을 풀어놓는다. 

두 사람의 찻자리에 함께 앉았다는 마음으로 일독을 권한다. 글을 읽은 후에는 다정한 기대감을 안고 11월 23일에는 동명동 은암미술관으로 걸음하시라. 무등과 극락의 전경이 불자님을 맞이할 것이다.  <편집실>

Q. 유동영 사진전을 기획한 의도는 무엇인가요?

중현스님: 송광사 소임 볼때부터 오랫동안 인연을 이어왔습니다. 한번쯤 그동안의 시간을 정리하고 싶다는 개인적인 이유도 있고요. 광주에 근 10년 가까이 살면서 광주불교라는 틀이 공론의 장으로 올라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왔습니다. 그것을 어렵게 하기보다는 광주불교를 주제로 한 사진전으로 접근해서 시민들에게 어필하면 어떨까 했습니다. 

Q. 작가님은 지난 십수 년간 불교를 주제로 한 작품활동을 해왔습니다. 사진전을 여는 감회가 새로울 것 같습니다. 

유동영: 월간<불광>을 통해 광주 지역을 촬영하면서 광주 쪽에 불교라고 할만한 게 무등산 권역을 제외하고는 거의 사라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나마) 남아 있는 탑이나 미륵부처님 같은 경우도 방치되어 있었고요. 이번 전시에서 우선은 성보와 불교 유적들을 보여주는 데에 의미를 두었고요. 성보들이 그 자리를 잡을 때에는 (당시의) 많은 스님들이 많은 고심 끝에 놓으셨을 텐데, ‘왜 이 자리를 잡으셨을까’ 원래의 의미를 생각할 수 있게 하는 작업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Q. 송광사에서부터 이어온 두 분의 인연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유동영: 스님을 처음 뵌 게 무각사 찻집에서였습니다. 제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사진을 찍었는지 스님께 보여드렸고, 당시 스님이 편집장으로 있었던 월간<송광사> 잡지에 한 달에 한 컷씩 사진을 실어보자는 것으로 인연이 시작됐습니다. 

중현스님: 첫 만남에 대한 기억이 약간 다르네요. 나는 송광사에서 처음 본 걸로 기억하는데. (웃음) 제가 송광사에서 총무 소임을 보면서 소식지 편집장을 겸하게 됐어요. 그 전까지의 송광지는 다른 부분은 몰라도 사진 쪽이 약하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지역의 보도 사진을 찍는 사람과 연결돼서 그 분의 사진을 싣기도 했었는데, 여전히 불교적인 감수성이나 정서를 녹여내기에는 아쉽다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유동영 씨를 알게 되어서 소식지에 사진 작업을 부탁한 거죠. 

유동영: 스님들을 뵙고 촬영할 수 있는 기회가 쉽지 않을 뿐더러, 그렇게 오랫동안 작업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해봤습니다. 한 달에 한 컷을 싣기 위해서 꽤 오래 절에 머물렀습니다. 시간 대비 효율성이 떨어지는 일이 아니냐고 누군가는 의문을 가질 수 있겠는데요. 저는 그 시간이 참 좋았습니다.

Q. 전문 작가의 시선을 소식지에 싣기 시작했을 때 사중 분위기나 반응은 어땠나요?

중현스님: 초기에는 사진에 대한 평가보다는 ‘사진은 많을수록 좋다’는 분위기였고요. 그 다음으로 진화스님이 주지를 하시면서부터는 ‘글도 중요하지만 사진도 중요하다’는 기조로 사진을 전면에 내세우기 시작했습니다. 그게 가능했던 것은 유동영 씨의 사진만의 고유한 느낌 때문이었습니다. 불교 사진이라는 것은 불교 유산을 기록하는 의미도 있지만 사진이 풍기는 정적이고 고요한 느낌, 또 명상적인 분위기라는 것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청정수행도량’이라는 송광사의 정체성을 잘 담아냈기 때문에 유동영 씨 사진을 많이 선호했죠.

Q. 작가님은 송광사 성보박물관에서 <송광사의 혼, 송광사의 미>라는 제목으로 사진전을 열기도 했습니다.

중현스님: 예. 반응이 좋았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사진은 좋은데 너무 시골에서 전시회를 하다보니까 찾아오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어요. 그 뒤로도 광주나 서울에서 전시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방법을 모색해보기도 했는데 성사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런 아쉬움이 요번에 광주 전시를 기획하게 된 또다른 계기가 된 것 같네요. 

Q. 오랫동안 쌓아온 인연과 구상들이 두 번째 사진전 <무등등, 빛의 자리>로 연결되었습니다. 이번 사진전, 어떤 의미를 담고 있고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지요?

유동영: 광주 전체를 아우르는 불교 전시를 이전에 보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앞으로 이러한 작업을 누가 할지는 모르겠지만, 광주가 가진 불교 자산을 보여주는 작업이라는 데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깊이 들여다보기 쉽지 않은 지역성, 위치성을 극복해보는 작업이라서 더욱 애정이 생깁니다. 

중현스님: 이 지역에 사는 불자들이 항상 하는 말이 있습니다. ‘전라도는 불교 세가 약하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비관하기 전에, 얼마나 많은 불교문화적 자산이 우리 지역에 있는지를 우리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입니다. 이번 일을 하다 보니까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국고 지원을 받아서 폐사지를 발굴, 관리하는 것도 좋지만 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부터, 예를 들면 이번 전시처럼 문화적으로 접근해서 광주 불교를 알리는 일이 선행되는 것도 참 좋겠다 하는 것입니다. 마침 올해부터 광주전남이 통합되지 않았습니까? 이번 전시는 시기 적절하게 광주전남 불교를 아우르는 결과물을 내보이는 뜻깊은 전시라고 생각합니다.

Q. 월간<증심>을 통해 사진전 소식을 접한 불자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유동영: 사진은 사진이고 현장은 현장이거든요. 어쩌면 사진보다 실제 보시면 훨씬 좋은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 사진들을 보시면서 ‘아, 이 곳에는 어느 계절에 가면 좋겠다’는 판단을 해보시고, 꼭 현장에 한 번쯤 가보시면 좋겠습니다. 

중현스님: 작가님은 사진은 사진이고 현장은 현장이라고 말했는데요. 반대의 의미도 있습니다. 문화유산 자체가 가지는 의미도 있지만 사진만이 주는 분위기나 느낌도 있지요. 유 작가님 사진을 보면 뭔가 고요해지고, 차분해지고, 나도 모르게 명상의 시간으로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사진을 통해서 불교적인 감수성이나 정서를 자기도 모르게 끌어내는 것이죠. 전시를 보시면서 우리 지역 불교에 대한 애정뿐만 아니라 불교적인 감수성, 자기 내면과의 만남의 시간을 가지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유동영: 사중에도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스님께서 전시를 제안하시는 순간에 ‘못하겠다’는 말씀을 차마 드리지 못했지만 속으로는 굉장히 주저했습니다. 저 혼자만의 힘이 아니라 여러분들의 도움으로 지금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위로는 회주스님, 또 종무소 직원들의 지원으로 힘을 냅니다. 더 잘 할 수 있겠다는 희망을 갖도록 많은 도움을 주신 증심사 관계자 분들께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씀 드립니다.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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