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법문

[26-11] 이달의 법문: 길 위의 시간

저는 주로 혼자 산책을 합니다. 같은 코스로 산책을 하면 매일 보는 풍경이지만 그날그날 눈에 확 띄는 풍경이 있기도 하고, 이런저런 잡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또는 골머리를 앓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나 기발한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하니,산책은 육체의 건강만을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도 좋은 영향을 줍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길 위에서 배우는 지혜에는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수행으로써의 길 

선방에서는 앉아서 하는 좌선만이 수행이 아니고 걸으면서 하는 경행도 중요한 수행의 하나로 봅니다. 남방불교에서는 하루수행에서 걷는 것과 앉는 것을 같은 비중으로 둘 만큼 걷는 것을 중요시합니다. 뿐만 아니라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즐거움도제공해주지요. 이렇게 산책이라는 것은 단순하게 육체의 건강만을 위한 것도 아니고 마음의 건강만을 위한 것도 아닙니다. 수행이면서 마음을 즐겁게 하는 여러 측면의 이로움이 있다는 것을 체감합니다. 

‘순례길’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이 전세계적으로 알려져 있고요. 불교 순례지로는 일본의 시코쿠 순례길도 있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제주 올레길 역시 종교적인 순례길은 아니지만 잘 알려져 있는 걷기코스입니다. 

이러한 길에 나서는 사람들은 대게 고민이나 걱정거리, 삶의 근본적인 문제에 봉착한 이들입니다. 길을 걷는다고 해서 모든 것이 해결되지는 않겠지만 그런데도 사람들은 올레길 혹은 순례길에 오릅니다. 무언가 이성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일상에서는 도무지 풀 수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여행으로써의 길

굳이 시간과 돈을 들여 산티아고에 가지 않더라도 내가 매일 걷는 무등산 산책길이 순례길이 될 수 있습니다. 산책길이순례길이 된다는 것의 의미는 일상생활을 벗어나 길을 나선다는 데에 있습니다. 산책길이 순례자의 길이 되기 위해서는 첫째, 혼자서 걸어야 합니다. 둘째, 풍경에 마음을 뺏기지 않고 내면에 집중해야 합니다.

스님들의 경우에는 일상이 아주 단조롭습니다. 기도하고 밥 먹고 기도하고 포행합니다. 그것 외에는 특별히 할 일이 없습니다. 일상이 단조로울수록 마음은 밖이 아니라 내면으로 향하게 됩니다. 그런데 일반인들의 생활은 반복적이지만 단순하지가않습니다. 단조롭지 못하기 때문에 마음이 항상 보는 것, 듣는 것, 만나는 사람, 해야 될 일에 쏠려서 마음을 보지 못합니다. 그런생활이 지속되면 마음이 힘들어지고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어집니다. 

일상을 벗어난다는 것을 다르게 표현하면 여행입니다. 여행은 혼자서 낯선 곳, 일상적이지 않은 곳, 익숙하지 않은 곳, 습관이되어 있지 않은 곳으로 자신을 내던지는 일입니다. 이렇게 낯선 곳에 자신을 내던지면 역설적으로 나 자신을 자각할 수 있습니다. 자신을 내다보는 것. 이것이 여행이 우리에게 주는 큰 지혜입니다. 우리가 길 위에 나서는 나 자신을 만나기 위해서입니다. 

매일매일 꾸려가고 있는 일상에 얼마나 익숙해져 있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낯선 곳에 자신을 던져야만 합니다. 그래야 얼마나익숙한 것이 많았는지를 알게 됩니다. 이것은 일상을 떠나지 않고는 알 수 없습니다. 짧은 산책길이라도 나 자신을 돌아보는시간이 될 수 있다면 좋을 것이고, 멀리 여행을 가더라도 ‘관광’이 아니라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 될 수 있다면 더 좋을 것입니다. 

타인을 위한 일상과 마음을 닦는 길 위의 시간  

그렇다면 일상에서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일상생활은 봉사하는 마음으로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익숙한 시간과 공간은남을 위해서 사는 것이 좋고, 일상을 벗어난 길 위의 시간에서는 내 마음의 수행을 위해서, 내 마음을 자각하기 위해서 쓰는 것이좋겠습니다. 

광주 시내에 나가서 ‘행복한 피자가게’ 봉사를 하면 육체적으로 참 피로합니다. 몸이 피로하니까 운동과 비슷하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스마트 기기의 기록을 보면 육체적인 움직임이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봉사는 내 몸 좋으라고 하는 일은 아니라는 말입니다.

개인의 육체에는 별 도움이 안 되는 활동이라 하더라도 봉사라는 것은 무척 중요합니다. 타인을 위한 봉사 혹은 회사를 위해하는 소모적인 활동도 마찬가지입니다. 봉사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해서 헌신한다는 데에 의미가 있습니다. 

날개가 한 쪽만 있는 새는 날 수가 없습니다. 봉사만 열심히 한다고 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니요, 수행만 열심히한다고 해서 좋은 수행자가 되는 것도 아닙니다. 올바른 불자라면 수행과 자비행을 균형 있게 해야 합니다. 일상에서는직업일지라도 봉사하는 마음을 갖고, 길 위의 시간은 내 마음을 올바로 닦는 기회로 삼아야겠습니다. 이러한 일상과 여행에의 반복이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묘미이자 지혜이지 않을까 감히 헤아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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