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묵당 편지

부처님오신날

우리 증심사는 올해 처음으로 초파일 출입 인원을 체크했습니다.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할 필요조차 느끼지 않았을 일입니다. 출입 인원 통제가 목적이긴 했지만, 코로나 덕분에 증심사를 다녀간 정확한 인원을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종일 상주하며 봉사한 인원까지 모두 합치면 2,000명입니다. 오기도 많이 왔지만 모두 잠시 머물다 가셨습니다. 순간 가장 많은 인원이 머물렀던 점심 무렵에도 300명을 넘지 않았습니다. 도량에 머무는 인원을 300명으로 제한하고 식사를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초파일은 흥겨운 잔칫집 분위기였습니다. 시끌벅적하고 어수선하고 가끔 공양간 주변에서는
가벼운 실랑이가 일어나곤 했습니다. 무대에서는 종일 이런저런 공연이 진행되었습니다.

그러나 어제는 조금 달랐습니다. 끊이질 않고 이어지는 석가모니불 정근만이 오후의 도량을 아름답게 장엄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적지 않은 인원이 다녀갔지만 시종일관 차분하고 내실 있는 분위기였습니다. 어쩌면 어제의 차분했던 분위기야말로 진정으로 부처님의 탄신을 축하하는 마음이 아닐까요? 우리의 방식으로 부처님의 생신을 축하하는 것도 의미 있지만, 부처님의 가르침이 우러나오는 축하가 진정한 축하가 아닐까요?

코로나 덕분에 일거수일투족 어떻게 할 것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부처님 오신 날이었습니다. 백중에 다시 뵙겠습니다.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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