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따라절따라

신화와 역사가 깃들다

한국의 관음성지, 남해 보리암

보리암은 전설이 많은 곳이다. 중국 진시황제의 아들 부소가 왔다 해 부소암이 있으니 2,000년이 넘은 이야기다. 또, 원효스님이 낙산사를 거닐다 만난 두 여인이 관음보살의 현신인지 미처 알지 못하다가 보리암에서 친견했다. 원효스님이 절을 짓고 보광사라 이름했고, 뒷산은 보광산이 됐다. 1,500년 전의 이야기다. 태조 이성계가 100일 기도를 해 조선을 개국했다. 은혜에 보답하고자 이름을 남겼으니 산 이름이 비로소 금산(錦山)으로 불리게 됐다. 이 역시 600년이 넘었다.


관음포

보리암이 위치한 남해는 역사가 있는 곳이다. 충무공 이순신이 “나의 죽음을 적에게 알리지 말라”며 산화한 노량해전이 남해 바닷가에서 벌어진 전투이니, 충무공의 피와 뼈가 묻힌 곳이다. 고려시대 몽골이 한반도를 휩쓸고 있을 때, 남해에서는 팔만대장경이 판각되고 있었다. 고려를 지키고자 했던 스님들과 민초들의 염원이 있는 곳이 다. 고려말에는 정지 장군이 남해에서 고려에 침입한 왜구를 크게 무찌르니 고려말 왜구를 무찌른 대첩 중의 하나로 꼽힌다. 위 사건이 일어난 곳이 지금은 관음포(觀音浦)로 불린다. 보리암을 우리나라 3대 관음도량의 하나로 치고 있으니, 관음포라는 지명이 예사롭지 않다.

기도도량

바닷가에 위치한 관음보살을 ‘해수관음(海水觀音)이라 한다. 해수관음은 뱃일을 업으로 하는 어부와 뱃사람들의 의지처였다. 뱃사람들에게 등대를 대신한 것이 북두칠성이다. 북두칠성의 별자리를 보고 항로를 파악했을 것이다. 보리암에는 특이하게도 남반부에서 잘 보이는 남극의 노인성(老人星)을 신앙하는 간성각(看星閣)이 있다. 우리나라 남쪽에서만 정월에 관찰되는 별자리다. 희유하기에 기도처가 됐을 듯하다.

보리암의 뒷 산, 금산은 바위마다 이름이 붙어있다. 상사암, 부소암 등 곳곳에 기도터였음 직한 바위들이 즐비하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 산에 들러 기도를 올렸을까? 관음보살과 산신은 얼마나 많은 시간을 기도에 응답해줬을까? 남해 역사를 지켜본 관음보살님, 우리 기도에 응답해주세요.

관세음보살

법화경 보문품에서는 우리가 관세음보살을 찾게 되는 세가지 경우를 든다. 이에 따르면 일곱 가지 고난, 즉 칠난(七難)에 처했을 때 일심으로 관음을 부르며, 탐・진・치 삼독의 번뇌로 괴로움에 처했을 때 관음을 염(念)하고, 자식을 갖고자 소원하는 이구양원(二求兩願)으로 관음을 예배하고 예경하게 된다.

이것들이야말로 인간이 살면서 가장 밀접하게 겪는 고난과 바람이며, 이런 고난과 바람에 빠진 우리를 관음이 구제해 준다고 한다. 관세음보살은 불교의 보살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보살이다. 관자재보살로도 부른다. 중생들의 소리를 듣고 괴로움을 없애주거나, 소원을 들어주는 보살이다. 그래서인지 영험담(기도를 해서 좋아졌다는 이야기)이 특히 많은 보살이다. 관련 경전은 천수경과 반야심경, 법화경의 관세음보살보문품이다. 특히 관세음보살보문품은 관음경이라고 불릴 정도로 관세음보살에 대한 모든 것을 알려준다.

보통 사찰의 대웅전에서 석가모니불을 마주보았을 때, 오른쪽에 위치하며 부처가 그려진 보관을 쓰고 있다. 그 부처는 아미타불이다. 극락전에서도 마찬가지로 아미타불을 마주보았을 때, 오른쪽에 위치한다. 대한민국의 4대 관음성지는 경남 남해 보리암, 강원도 양양 낙산사 홍련암, 강화도 보문사, 전남 여수 향일암이다.

불교에서 관세음보살은 일반 대중들이 가장 친숙하게 부르는 명호이다. 우리가 사는 사바세계는 중생들의 욕망 때문에 정보(正報, 과거의 업에 따라 얻은 몸)가 이루어지고, 중생들이 살아가면서 국토세간을 건립해 의보(依報, 살아가고 있는 환경)가 이루어지므로, 세간은 한순간도 사건 사고가 없는 날이 없다.

중생들이 짓는 행위로 인해 행복과 불행이 동전의 양면처럼 번갈아 일어나서 절절한 기구와 탄식이 그치지 않는다. 이런 사바세계에서 가장 많이 부르는 명호가 아마도 관세음보살일 것이다. 불교가 중국을 거쳐 우리나라에 전해지는 동안 가장 친근하게 다가온 것이 관음보살이고, 그래서인지 가장 많은 신행체험으로 남아있는 것 또한 관음영험이다.

  • 2023년 가을성지순례
  • 장소. 남해 보리암
  • 일시. 10월 18일(수) 오전 7시 증심사 버스종점 출발
  • 동참금. 5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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