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묵당 편지

두 번재 인생의 출발선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은 단연 “스님은 왜 출가하셨나요?” 입니다. 매번 한결같이 같은 질문을 받다 보니 식상한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나에게 출가의 계기를 묻는 이 질문은 지금의 내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를 환기시켜주고 있습니다.
그런 탓일까요? 최근 들어 왜 출가했는지 가끔 자문하곤 합니다. 그리고. 당시의 감정과 느낌을 소환해서 온전하게 느껴보려고 합니다. 그래야 비로소 그때의 결정을 납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

환갑還甲은 육십갑자를 한바퀴 다 돌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는 뜻입니다. 한마디로 환갑은 새로운 시작입니다. 여기저기 성한 곳 별로 없는 몸을 벗 삼아 두 번째 인생의 출발선에 섰습니다.
작년 겨울, 흰 눈이 펑펑 내릴 즈음에 많은 분들로부터 환갑 축하를 받았습니다.
적묵당 마당에 아무도 밟지 않은 흰 눈이 소복하게 쌓였습니다. 새하얀 적묵당 마당을 보며, 지난 삶은 그곳에 그대로 두고 저 흰 눈처럼 두번째 인생을 시작하자고 다짐했습니다.
증심사를 사랑하는 모든 분들 역시 지난 삶은 그 자리에 그대로 두고, 순백의 마음으로 새로운 시작을 여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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