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 불교 지명이야기

영암 월출산(1)

문수보살이 월지국에서 이곳으로 와 상주하는 문수성지

남도땅 영암을 대표하는 산은 단연코 월출산이다.

광주에서 땅끝 해남이나 완도, 강진을 향해 가다 보면 나주를 지나 영암의 너른 들판 위에 우뚝 서 있는 산이다.

월출산은 평야지 위에 기기묘묘한 바위들이 불타는 듯 솟아있어 사방 어디에서나 볼 수 있다. 그 모습이 참으로 신령스러워 누구나 경외하는 산이다.

영암(靈巖)이라는 지명은 ‘신령스러운 바위’라는 뜻으로 월출산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예로부터 월출산에 움직이는 바위[動石]가 3개 있었다. 중국 사람들이 이 바위를 산 아래로 굴렸는데 그중 하나가 신기하게도 다시 산 위로 올라왔다. 그래서 ‘신령스러운 바위’의 땅 영암이라 전한다.

영암 출신 가수 하춘화 씨가 부른 ‘영암 아리랑’이란 불후의 노래가 있다. 노래 가사는 이렇게 시작한다.

‘달이 뜬다 달이 뜬다 / 영암 고을에 둥근 달이 뜬다.’

그러면서 ‘월출산 천황봉에 보름달이 뜬다’고 했다.

영암의 월출산(月出山)을 ‘달이 뜨는 산’이라 했다. 이 노래 때문인지 월출산은 ‘달이 뜨는 산’으로 전국에 알려져 있다.

그러나 월출산 명칭의 유래는 여럿이다. 무려 13개가량 조사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달이 뜨는 산’이다. 월출산 자락 도선국사와 왕인박사가 탄생한 영암 구림마을에서 보면 달이 월출산에서 생겨나 떠오르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신라 때는 월나산, 고려 때는 월생산(月生山)으로 불렀다.

오늘의 월출산이란 명칭은 조선 초부터 부르게 되었다. 하지만 조선 초에 이름 지어진 월출산은 달과 무관하다. 그 유래가 월출산 도갑사에 기록되어 있다.

그런데 월출산 도갑사 사적기는 조선 초, 세조의 왕사인 수미왕사가 도갑사를 크게 중창하고 비에 새겼다.

옛날, 문수보살이 동방에 머무르고자 서역의 월지국(月支國)을 넘어서 오늘의 월출산으로 오셨다. 월지국의 월(月)과 월지국을 넘어 출발했다는 출(出)자를 따서 산 이름을 월출산이라 했다고 한다.

따라서 월출산은 ‘달이 뜨는 산’이 아니라, ‘문수보살이 상주하는 산’으로 불교 성지이다.

이처럼 해동 문수신앙의 최초 발원지이기 때문에 도갑사의 옛 이름도 문수사였다.

문수보살과 관련해 도갑사에는 또 하나의 유물이 내려오고 있다.

도갑사 입구에 있는 해탈문(국보 제50호)에는 좌우에 목조로 조성된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상이 있다. 문수보살은 사자 위에, 보현보살은 코끼리 위에 계신다.

지금은 문수보살상과 보현보살상을 보물 제1134호로 지정해 도갑사 성보박물관에 전시하고 있다.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은 석가모니 부처님 좌우 보처이다. 그 가운데 문수보살은 석가모니 부처님 좌 보처 보살로 지혜를 상징한다. 불교에서 지혜를 상징하는 동물이 사자이다. 따라서 사자를 타고 있는 보살은 문수보살이다.

문수는 문수사리(文殊師利) 또는 문수시리(文殊尸利)의 준말로, 범어로는 만주슈리(Manjushri)이다. ‘만주’는 달다(甘), 묘하다, 훌륭하다는 뜻이고, ‘슈리’는 복덕(福德)이 많다, 길상(吉祥)하다는 뜻으로, 합하여 훌륭한 복덕을 지녔다는 뜻이다.

문수의 범어인 만주는 중국 청나라를 일으킨 만주족이 신앙하던 문수보살이며 청나라는 문수신앙을 근본으로 건립한 나라이다.

문수보살은 모든 부처님의 스승으로 일찍이 부처님이 되실 지혜를 닦았지만 부처가 되기를 미루고 모든 중생이 부처가 되도록 가르치겠다고 뜻을 세운 보살이다.

문수보살은 일반적으로 연화대에 앉아 오른손에는 지혜의 칼을, 왼손에는 푸른 연꽃을 들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때때로 위엄과 용맹을 상징하는 사자를 타고 있으며, 경전을 손에 든 모습으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다.

문수보살은 지혜의 완성을 상징하는 화신이다. 지혜가 완성되었다는 것은 곧 마음에 아무런 분별심·차별의식·우열관념 등이 없는 한없는 고요 속의 밝음을 뜻한다.

우리나라 최초 문수신앙 발원지는 영암 월출산이며, 월출산은 문수보살이 월지국을 떠나 도착한 불교성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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