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심사 산책

무지개

구정 연휴가 끝난 다음날인 2월 14일은 정초기도 입재일이었습니다.

음력 기준으로 하자면 한 해를 시작하는 이 때에 상서로운 무지개가 범종각 옆 하늘로 치솟아 올랐습니다.  

지난 한 해, 코로나-19때문에 결코 쉽지 않은 시간들을 보냈습니다. 코로나-19가 길어지자 막연한 두려움과 불안은 사회 곳곳에서 불만과 분노로 바뀌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범종각 옆에 뜬 무지개는 난관을 견디며 지내온 지난 일 년에 대한 보답이자, 하늘이 우리들에게 보내 준 선물입니다.

이육사 시인은 그의 시 <절정>에서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개”라 하였습니다. 시인에게 당장의 매서운 추위는 아름다운 무지개를 잉태하고 있는 고난이었습니다. 강철 같은 의지로 하늘을 뚫는 무지개를 보며 우리 역시 의지를 더욱더 굳건하게 다집니다.

우리는 어려운 난관은 뚫고 나아갈 것입니다. 불안한 마음일랑 먼지처럼 털어버리고, 소처럼 뚜벅 뚜벅 걸어갈 것입니다. 희망만 잃지 않는다면 하늘은 항상 우리와 함께 할 것입니다.

일제의 지독한 탄압 속에서도 “강철로 된 무지개”를 떠올린 시인의 감성과 의지를 조금이나마 느껴보는 신축년 새 아침입니다.

모두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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