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량 돌아보기특집

도량, 구석구석 돌아보기 – 축수도(蓄獸圖)

수원 팔달사 _ 담배 피는 호랑이 벽화

축수도(蓄獸圖)는 동물을 소재로 한 그림을 말한다.

사찰에도 민화풍의 축수도가 벽화에 자주 등장한다. 사찰 축수도에는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호랑이, 토끼, 까치, 거북이가 주류를 이룬다. 상상 속 동물인 용을 비롯해 한반도에 살지 않는 사자, 코끼리도 볼 수 있다.

특별히 불교에 등장하는 축수도는 대부분 ‘요사스런 귀신을 물리치는 벽사(辟邪)’의 의미를 담고 있다. 정초에 간직하는 부적과 다름없다.

가장 많이 등장하는 동물은 ‘호랑이’이다.

한반도에는 호랑이가 많이 살았다. 이 땅의 선조들은 호랑이를 공포의 상징이면서도 가장 친숙한 동물로 여겼다. 호랑이는 잡귀를 물리치고 복을 가져다주는 영물이 된 것이다.

사찰 벽화나 민화에 등장하는 한국의 호랑이는 무섭지 않다는 것이 특징이다. 어쩌면 고양이처럼 친근하고 장난기 가득한 애완동물과 같다. 이는 상상을 초월한 해학과 독창성으로 우리 조상의 심성을 엿볼 수 있다.

대표적인 호랑이 벽화는 수원 팔달사 용화전 ‘담배 피우는 호랑이’이다.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이라는 옛말을 그림으로 그린 듯, 토끼가 기다란 담뱃대로 호랑이 시중을 들고 있다.

나주 불회사 _ 은혜갚은 호랑이 벽화

나주 불회사 명부전에는 ‘은혜갚은 호랑이’ 벽화가 있다.

조선 초기 불회사를 중창하던 때였다. 탁발을 마치고 불회사로 돌아오던 스님이 산길에서 눈물을 흘리며 고통스러워하는 호랑이를 만났다. 자세히 살펴보니 목에 비녀가 걸려 있었다. 사람을 잡아먹은 호랑이였지만 다시는 살생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고 비녀를 뽑아 주었다. 며칠 후, 호랑이가 어린 처자를 물어다 절 마당에 놓고 갔다. 수소문하니 나주에서 멀리 떨어진 경상도 안동의 만석꾼 외동딸이었다. 스님은 처녀를 안동 집에 데려다줬다. 호환으로 죽은 줄만 알았던 딸이 살아 돌아오자 처녀의 아버지는 불회사 중창불사에 적극 동참했다. 오늘의 불회사는 호랑이가 은혜를 갚아 중창한 것이라 하겠다.

증심사 지장전 _ 12지신상 벽화

사찰 벽화에 등장하는 십이지신상도 축수도이다. 십이지신은 12가지 대원을 세운 약사여래의 권속으로 <약사경>을 외우는 이들을 지키는 신장이기도 하다. 또한 열두 방위에 맞추어 호랑이·토끼·용·뱀·말·양·원숭이·닭·개·돼지·쥐·소 등 12가지 동물이 해를 바꾸어 띠를 이룬다. 불가와 민가에서 이들 신장을 그림과 조각으로 묘사할 때 머리는 동물, 몸은 사람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무등산 증심사 지장전 뒤쪽으로 돌아가면 12지신상 벽화가 있다.

증심사에 가거들랑 각자의 띠를 상징하는 신장을 찾아 눈 맞춤하고 서원을 다짐해 보라.

이처럼 불교에서 동물은 불성을 갖춘 생명체로 여긴다. 따라서 불교의 축수도에는 세간의 모든 동물과 상상의 동물 모두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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