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 불교 지명이야기

극락강(極樂江)

“극락강 건너니 극락 고을일세”

광주 들머리에는 특별한 강이 있다. 여느 강과 다름없이 평범해 보이지만 세계에서 하나뿐인 극락강(極樂江)이다. 호남고속도로에서 광주 시가지로 들어가다 보면 꼭 건너야 하는 강이다. 극락강은 광주호가 있는 무등산 북쪽 원효사 골짜기의 물과 영산강의 시원인 담양 가막골의 용추사 용소에서 흘러온 물이 만나는 곳에서부터 시작한다. 지금의 북광주 IC 옆 와우리이다. 극락강은 다시 광주 시내를 휘감고 약 20여리 흘러 광산구 서창평야 앞에서 장성에서 흘러온 황룡강과 만난다. 여기서부터 나주-목포로 이어지는 영산강 본류가 된다. 부처님 나라는 미륵 정토, 약사여래의 유리광 세계, 비로자나불의 연화장 세계, 아미타불의 서방 극락정토 등 여러 정토가 있다.

이 가운데 극락은 서쪽으로 10만억 불국토를 지나 아미타 부처님이 상주하고 계시는 정토이다. 이곳은
괴로움과 걱정이 없는 지극히 안락하고 자유로운 세상으로 불교에서 추구하는 이상향의 세계이다. 극락을 일반적으로 서방정토라고 한다. 인도인들은 동쪽을 바라보고 서서 앞쪽을 과거, 뒤쪽을 미래로 여긴다. 따라서 극락은 내세에 왕생할 세계이며, 그것은 서방에 존재한다고 여겼다.

극락은 산스크리트어로 ‘즐거움이 있는 곳(Sukhavati)’이라는 뜻으로 안양(安養) 또는 안락(安樂)으로 표현하고 있다. 오늘의 경기도 안양도 극락고을을 뜻한다. 화순과 여수의 안양산, 부석사 안양루도 마찬가지이다. 중국의 역경승 구마라습(344년 ~413년) 스님은 부처님 세상을 ‘지극히 즐겁고 행복한 세상’ 극락(極樂)으로 번역했다. 개신교인들은 요단강 건너기를 염원한다. 성경에 따르면 요단강은 약속의 땅 가나안과 경계를 이루는 강으로 죄를 씻고 천국으로 건너가는 강이다. 요단강 건너에 천국이 있다는 것이다.

광주의 극락강도 그러하다. 극락강을 건너면 극락세계에 들어서게 된다. 그곳이 무량광(無量光) 아미타불이 상주하는 빛고을(光州)이다. 다만 천국은 죽은 후에 가는 사후세계라면 극락은 살아서 현재 살고 있는 세계이기도 하다. 예전에는 광주 서구에 극락면이 있었다. 극락강을 따라 지금도 극락강역, 극락평, 극락원 등 극락을 어원으로 하는 여러 지명이 남아있다. 광주 공항이나 고속열차를 타고 광주 송정역에 내려 광주시내로 들어가려면 극락강을 건너야 한다. 이때 건너는 커다란 다리가 극락교이다.

극락강역

몇 해 전이다. 극락이라는 명칭과 관련해 작은 사건이 있었다. 광주 시청 옆 극락강 유천교 부근에 극락초등학교가 있다. 1931년에 세워졌으니 역사가 90년이다. 그런데 갑자기 일부 학부모들이 학교 이름을 바꾸자고 주장했다. 극락은 특정종교를 상징한다는 것이다. 다행히 졸업동문들이 반대해 학교이름을 지켜냈다.

또 하나, 극락강 옆에 자리한 광주시청의 모양새가 배의 형상이다. 서방정토를 향하듯 서쪽을 향해 떠있는 반야용선이다. 시청 건물 앞쪽은 인로왕 보살처럼 시의회가 자리해 있고, 뒤쪽은 지장보살이 중생을 보호하듯 행정동이 있다. 시청 중앙은 반야용선을 타고 극락으로 가는 시민들의 공간이다. 시청을 설계했던 이는 반야용선을 염두해 두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그의 마음에는 ‘빛고을(극락)’ ‘극락강’ ‘반야용선’이라는 DNA가 흐르고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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