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 불교 지명이야기

순천 조계산

황망하기 그지없다. 지난달 조계총림 송광사 방장 현봉 스님이 입적했다. 현봉 스님은 수행자이면서 학문과 문화 등등 자연의 이치에 무불통지였다. 이 시대 크나큰 도서관이 사라진 것이다.

큰 산에는 큰 스님이 계시기 마련이다. 그래서인지 현봉 스님이 머물다 가신 조계산이 허허하다.

전남 순천 송광면과 순천 승주읍의 경계에 있는 조계산은 한국불교의 정신적 지주가 되는 산이다.

왜냐하면 조계산의 서쪽에는 삼보사찰 가운데 승보종찰인 송광사가 자리하고,

산 너머 동쪽에는 태고종 유일의 총림인 태고총림 선암사가 천년을 이어 가람의 향기를 뿜고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조계산은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조계종과 태고종의 대표사찰인 송광사와 선암사를 품고 있다.

수행납자들의 의지처가 되어온 조계산은 국보와 보물 등 수많은 불교 성보문화재가 산재해 있어 담장 없는 박물관이기도 하다.

특히 한국불교의 장자 종단이라 일컫는 ‘대한불교 조계종(曹溪宗)’은 그 명칭부터가 조계산(曹溪山)과 뿌리를 같이 하고 있다.

조계종의 ‘조계’는 중국 선종 제6조인 혜능 스님을 뜻한다.

본래 조계는 혜능 스님이 오랫동안 주석한 중국 광동성 남화선사 앞에 흐르는 개울 이름이다. 남화선사가 자리한 보림산의 옛 이름이 조계산이다.

옛날, 이곳에는 조(曹)씨들이 집성촌을 이루고 살았다. 조씨 마을을 가로지르며 흐르는 냇물을 ‘조씨네 개울’이라 하여 ‘조계’로 불렀다.

5조 홍인 스님에게 법을 이은 6조 혜능 스님은 남으로 내려가다가 이곳 조계 땅이 범상치 않음을 알고 남화선사를 건립했다. 그 후 40여 년 가까이 주석하며 수많은 제자들에게 법을 전했다.

그래서 조계는 육조 혜능 스님이 주창한 돈오선의 발원지이고, 육조 돈오선을 상징하게 된 것이다.

조계의 남화선사에 주석한 혜능 스님은 43인의 전법 제자를 두었다. 그 가운데 남악회양으로 이어진 혜능의 남종 돈오선은 마조선사를 거쳐 서당지장에게 전해졌다.

784년(선덕왕 5), 신라 도의국사가 당나라로 유학을 떠나 서당지장 스님에게 깨달음을 인가 받았다. 821년, 도의국사가 귀국해 한반도에 최초로 남종 돈오선이 전해졌다.

이런 연유로 도의국사는 조계종을 처음 일으킨 종조로 부른다.

육조 혜능 스님이 열반에든지 100여 년이 흐른 뒤이다.

이후 도의국사의 법을 이은 가지산문을 필두로 구산선문이 열렸다. 9개의 산문이 모두 조계로부터 전해진 남종 돈오선이다.

오늘의 조계종은 혜능스님에 기원을 두고 있다.

이처럼 조계종의 이름과 정신은 육조 혜능 스님이 주석했던 조계산에서 유래되었고,

순천 조계산이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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